유라시아 대륙을 달린다

입력 2001-02-07 14:11:00

(6)시베리아 횡단열차모스크바의 야로슬라프스키역을 떠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육중한 몸을 움직여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나간다. 두겹 창 저쪽 너머에는 자작나무들이 일렬횡대로 도열해 있고,시베리아의 가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다.

1천만㎢의 시베리아.

이땅에 2천400여만명이 산재해 있다. 러시아 전역 에너지 자원의 80%, 석유자원의 70%, 천연가스 자원의 90%, 석탄 자원의 65%가 매장돼 있고,전 세계 목재 생산량의 25%가 생산되고 있다. 매장 자원은 현재 확인된 게 20% 정도에 불과하므로 그 잠재력은 가공할 정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이 점을 중시해 "시베리아의 자원은 소련의 미래와 우주 정복을 위한 비밀병기"라는 표현을 썼는데,세계인들은 지금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구간을 6박7일 동안 내처 달린다. 철도의 전체 길이는 9천288.2㎞. 세계 최장이다. 모스크바를 박차고 떠난 열차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인 우랄산맥을 넘고 서시베리아의 벌판과 낮은 구릉지대와 고원과 산맥지대를 차례차례 관통한 뒤 비로소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닿아 몸을 푼다.

그 와중에 아시아의 관문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 세계적 명성의 과학도시 노보시비르스크,유형의 땅으로서 바이칼호를 끼고 있는 이루쿠츠크,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몽골횡단철도(TMGR)의 분기점인 울란우데,TSR와 만주횡단철도(TMR)의 분기점인 치타 들을 지난다.

TSR는 1891년 5월31일,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쿠페로프스카야 계곡에서 착공됐다. 모스크바에서 우랄산맥까지는 이미 1880년대에 철도가 부설되어 있었다. 러시아는 농민 분산과 공업화를 위한 자원 확보 그리고 극동진출이라는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TSR 부설에 집착했다. 이 거대한 역사는 노동자들의 숱한 피와 땀을 빨아들인 끝에 1916년 8월18일,최대 난공사였던 하바로프스크의 아무르강 철교가 완공됨으로써 대미를 장식했다.

이 구간에서는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지나게 된다. 0~1천777㎞까지는 유럽 대륙이고 1천778~9천288.2㎞까지는 아시아 대륙이다. 유럽대륙에 해당하는 구간은 전체 길이의 19.1%이다. 모스크바와 예카테린부르그 사이에는 페르보우랄스크라는 도시가 있는데,이 도시 부근인 1777/1778 지점에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지점 표식인 '우랄경계석'이 서 있다.

TSR는 지역적으로 14개 주(oblast)와 3개의 지방(krai), 2개의 자치공화국(autonomy republics), 1개의 자치주(유태인 자치주, autonomy oblast)를 통과한다. 참고로 러시아연방은 22개의 자치공화국과 1개의 자치주, 10개의 자치구,49개의 주,6개의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TSR구간에는 또 89개의 시가 자리잡고 있다. 모스크바 페름 예카테린부르크 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등 5개 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야로슬라프스키 키로프 투멘 크라스노야르스크 이루쿠츠크 울란우데 치타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9개 시는 인구 30만~100만명의 시이다. 나머지 75개 시는 인구 30만명 이하의 자그마한 시이다.

TSR는 큰 강도 16개를 가로지른다. 볼가 비아트카 카마 토볼 이르티쉬 오브 톰 추림 예니세이 오카 셀렌가 제야 부레야 아무르 오르 우수리강이다. '염분 없는 바다'로 통하는 바이칼 호수에 이르러서는 남쪽으로 호수를 220㎞ 감싸면서 돌아가고, 극동쪽에서는 일본해의 아무르스키만 연안 39㎞를 따라 달리기도 한다.

러시아는 수력을 이용한 전력생산량이 많아서 TSR 전체 구간의 97.1%인 9천19㎞를 모두 복선전철화 했는데,미전철 구간인 극동지역 구베로보~루치노~시비르체보 구간 270㎞도 곧 전철화 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로변에는 자작나무들과 더불어 전신주가 죽 늘어서 있다.

TSR를 이용할 때 가장 당혹스러우면서도 인상적인 것은 시차가 여러 번 바뀐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예카테린부르그는 2시간,노보시비르스크는 3시간,이르쿠츠크는 5시간이 각각 느리고,하바로프스크는 1시간이 빠르다. 어느 순간 시간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한편 분단현상이 고착화하면서 육로를 통한 북방 내왕의 길이 막혀 버린 탓에 유라시아 대륙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사고권 밖의 대륙으로 치부되었다. 그 망실되었던 대륙이 이제 남북한의 경의선 복원작업이 구체화됨에 따라 우리들의 사고권 안으로 재편입되었다. 당장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은 (1)부산.광양~서울~문산~개성~평양~신의주~단둥~베이징~TMGR~모스크바〈한국종단철도(TKR) 이용안 1〉, (2)부산.광양~서울~신탄리~평강~원산~청진~나진~두만강~블라디보스토크〈TKR 이용안 2〉, 3)부산.광양~서울~신탄리~평강~원산~청진~회령~남양(중국의 투먼)~만주횡단철도〈TKR 이용안 3〉 등을 통해서 유럽을 지나 영국의 런던까지 치달릴 것이다. 물론 일반 관광객들도 같은 루트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 등도 이 루트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 한창 작업을 진행 중인데,이 프로젝트의 최종적인 안은 일본의 해저터널~한반도~러시아 혹은 중국~유럽이라는 도식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취재팀은 지금 그 도식의 일부를 사전 답사하고 있는 중이다. 예카테린부르그행 열차는 눈보라를 휘나리며 우랄산맥을 넘고 있다.

글 :이광우기자

사진:강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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