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접근-가래

입력 2001-02-06 14:26:00

19세기 말 유럽. 공업의 발달로 공기가 급속히 나빠지자 가래침을 뱉는 사람이 덩달아 많아졌다. 땅바닥을 뒤덮은 가래침은 결핵균을 운반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탓에 생명을 앗기자 가래침 공포는 극에 달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휴대용 가래통을 들고 다녔으며, 공공용 가래침 통이 설치되기까지 했다. '가래침을 뱉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재단이 설립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길에서 침을 뱉는 짓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0..가래는 몸을 지키는 파수꾼

가래는 끈적끈적한 기관지 점액이다. 기관지 표면을 살짝 덮어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 기관지를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95%가 수분, 나머지는 단백질·지질 등으로 이뤄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가래에는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 IgA) 같은 면역물질이 들어있다. 숨 쉴 때 몸 안으로 들어 가려는 세균이나 이물질을 끈적한 점막이 붙잡아 두면 면역글로불린이 이들을 물리치고, 기관지 표면의 섬모가 가래와 함께 밖으로 내보낸다.

0..어떨 때 가래가 많아질까

건강한 사람에게서 생기는 가래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삼켜 버리기 때문에 밖으로 배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기면 기관지 점액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이럴 때 가래를 잘 배출하지 못하면 각종 세균들이 쉽게 자리잡고 번식해 폐렴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공기의 흐름이 방해 받아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폐나 기관지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가래에는 기관지 점액 외에 염증세포, 세균, 암세포, 혈액 등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가래가 많을 때는 무심코 넘겨 버릴 것이 아니라 양태를 잘 살펴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0..배출 양·양태로 병증유추 가능

가래를 관찰하려면 먼저 침(타액)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타액에는 거품이 많고, 현미경 검사에서 편평상피 세포가 많이 관찰된다. 반면 가래에는 거품이 거의 없고 백혈구가 관찰된다.

가래는 끈적끈적한 점액성의 것과 고름 같은 화농성의 것으로 다시 나뉜다. 점액성 가래는 주로 만성 기관지염, 천식, 부비동염(축농증) 등이 있을 때 나타난다. 화농성 가래는 폐렴, 폐농양, 기관지 확장증 등 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 나온다.하지만 천식환자 경우 가래에 호산구가 증가되면 감염이 없어도 화농성 가래가 나올 수 있다. 가래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면 혐기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가래의 양도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의 가래 배출량은 하루 10~20cc. 만약 하루 50cc 이상 배출된다면,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흉강루, 폐농양, 폐암 등을 의심할 수 있다.

0..각혈은 더 나쁜 신호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각혈이다. 대개 거품이 섞여 있고 빛깔이 선홍색이다. 소화기관에서 나오는 토혈과도 다르다.

각혈은 보통 기침을 동반한다. 목이 간질간질 하다는 느낌이 있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배출된다. 기관지 확장증, 폐농양, 결핵 등을 의심할 수 있다. 폐암의 가능성도 있다. 각혈이 있다면, 가래의 양에 관계없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글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신현종 한성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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