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운동권 노래패들의 일원이었던 안치환, 권진원 등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른 정서를 노래하듯이 판화가 정비파씨의 행적도 비슷한 점이 있다. 80년대 소외받는 민중들의 모습과 경제성장의 그늘 속에 가리워져 있던 농촌의 모습 등을 표현했던 '민중 미술작가' 정씨는 이제 '우리국토'를 표현하고 있다. 노래패의 일원들이 정치사회적 현실에서 삶에 대한 관심으로 방향을 바꿨다면 그는 국토를 껴안고 있음으로써 아직 민중 내지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오늘 31일부터 2월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053-420-8013)에서 열리는 '국토기행 목판화 전'의 작품들은 그러한 경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백두대간을 줄기로 뻗어있는 강과 촌락, 누정, 산 아래 절집과 탑, 부도들을 형상화함으로써 한국적인 자연, 그 자연속에서 사는 한국인,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다. 목판화 특유의 칼맛과 흑백의 강한 대비를 살려 지리산, 태백산, 월악산 등 한국인의 무의식속에 원형질처럼 자리잡고 있는 산줄기들의 영험스런 분위기를 표현하는가 하면 다산초당의 구름바위, 경남 산청의 덕천사원, 하동의 섬진강, 경북 영주의 원두막, 양주 별산대놀이, 청도 운문사, 성철 큰스님 등 불교의 포용적 사상, 문화유산에 배인 정서들을 전하고 있다.
정씨는 이번 작품들에 대해 "긴 역사속의 문화유산과 백두대간을 따라 숨쉬는 모든 산하들의 모습, 현대 속에 살아가는 인간 삶의 단면을 불교사상에 접목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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