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금감원 회사채 인수 거부 파문

입력 2001-01-06 00:00:00

제일은행이 부실기업의 회사채 인수를 거부하고 금융감독원이 이에 강력대응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의 신용경색현상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 가운데 80%를 산업은행이 인수, 이 중 20%를 주채권은행이 떠안도록 조치했으나 외국계 호리에 행장이 지휘하는 제일은행은회사채인수를 거부했다.

제일은행측은 부실기업의 회사채인수가 또다른 부실을 부를 가능성이 있으며 은행의 재무건전도나 수익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무조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익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조사중이지만 급박하게 대규모로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일은행 인수당시 정부와 체결한 풋백옵션 계약에 따라 은행측이 회사채인수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으나 제일은행측은 신규자금지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은행이 책임지도록 돼있어 이번 회사채인수는 풋백옵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금감원은 11.3 부실기업퇴출조치 당시 회생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은행의 잘못으로 부실해질 경우 은행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생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기업내용이나 경제외적요인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단기간내에 부실해질 경우 은행의 신용위험평가가 잘못됐거나 조치 이후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일은행과 금감원의 줄다리기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들은 회사채인수 불가피론에 더 무게를 두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실기업 회사채 인수가 해당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투신 등 제2금융권의 회사채 중개기능이 사실상 마비돼있는 상태에서 올해 차환발행이 어려운 25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방관할 경우 기업부실이 금융위기로 넘어가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신용도에 따른 회사채발행과 인수가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위기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채권비율에 따라 채권은행들이 분담할 경우 그 몫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국계 금융기관은 산업은행과 채권은행의 부실기업 회사채인수는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비난하고 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산업은행이 올해 만기도래하는 비우량회사채의 80%를 인수토록 한 조치는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쟈딘플레밍(JF)증권은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인수해주더라도 해당기업들이 회생하지 못한다면 부실기업들의 퇴출을 연장시키는 꼴밖에는 안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