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식민지 탈피'분권운동 나선다

입력 2000-12-30 14:15:00

명실공히 새로운 세기의 아침을 여는 지금, 지역민들은 갈수록 깊어지는 중앙과 지방의 불평등, 그 불균형의 폐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시대적 조류와는 거꾸로, 갈수록 강화되는 중앙집권의 전횡과, 참담하게 무너져 내리는 지방의 몰골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촛점은 '지방의 몫', 중앙과 지방이 권한을 나누는 '지방분권(分權)'에 대한 진지한 운동이다.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지방자치제가 아닌, 지방정부가 모든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그런 체제를 향한 변혁이다. 그것만이 중앙과 지방의 공존을 가져올 수 있고, 나아가 강력한 국가 경쟁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지방민들의 굳건한 믿음이다.지난 연말 지방민은 또 하나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발표를 보면서 다시한번 큰 절망감에 빠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주택 부족 사정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급감하는 지방 인구의 수도권 흡입을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악수(惡手)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처럼 중앙은 지방을 돌아보지 않는 패권적 사고에 젖어 있다. 박찬석 경북대총장은 "국가경영이란 수요있는 곳에 공급있다는 식의 시장원리로만 할 수가 없다. 시장원리는 결과적으로 독점을 낳듯이 인적 물적 자원의 균등한 배분을 도외시한 정책은 서울의 비대화만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역대 정권들처럼 '국민의 정부'에서도 국토균형발전은 빈말이었고 중앙과 지방의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제 수도권·비수도권은 부익부·빈익빈의 대칭적 표현"이라고까지 극언하고 있다. 윤덕홍 대구대총장은 "심하게 얘기하면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나 다름없다. 인구 인재 경제력 정보 문화 지식 모든 게 서울에만 편중해 있다. 대구의 지역 문제도 서울에서 해결하는 모순속에 살고 있다"고 서울 중심 사회의 병폐를 지적했다.

현 지방자치는 빈껍데기다. 지방자치의 필수적 두 축인 권한과 재정력이 사실상 없다. 따라서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지금의 민선단체장은 '물 시장' '물 군수'다. 자연히 지방의 주민 또한 '물 국민'이다. 문희갑 대구시장은 "중앙이 쥐고 있는 각종 권한의 대폭적 지방 이양은 물론 국세의 지방세화, 지방공항 육성법 및 국토균형발전법 제정 등으로 지방의 자립기반을 마련해줘야 지방이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지방은 일제히 일어서야 한다"고 지역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을 향한 '지방의 독립선언'을 당당하게 선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에 의존하고, 중앙에 복종하고, 중앙의 눈치를 살피는 지금의 자세로는 지방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따라서 각 지방과 지방간에 그런 절박한 연대감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의 대기운은 분권이지 반(反)분권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김형기 대구사회연구소장은 "지역간 불균형 발전문제를 해소하고 좁은 국토를 넓게 활용하는 유일한 대안이 지방분권"이라며 "지방도 인적·물적자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은 모든 지역간 균형발전으로 모든 국민이 균형된 삶을 사는 경제와 복지의 민주화운동, 지방분권운동을 엄숙하게 제안하고 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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