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첫 예산안 처리는 정책심의 실종과 정치공방, 나눠먹기식 예산, 지역선심성 예산편성이라는 구태가 재연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새 회계연도 개시를 불과 5일 앞두고 처리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정책심의 실종=여야는 8천억원의 삭감규모를 놓고 항목조정에 들어가는 역순을 밟았다. 사업예산의 타당성 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몸을 침대에 맞추는 식으로 예산이 결정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추경 예산 편성을 예상한 눈가림 현상도 나타났다. 삭감대상인 예비비중 7천억원의 재해대책비는 재해가 발생하면 즉각 추경을 통해 반영해야 하고 국채 및 금융구조조정 이자(9천175억원) 역시 이자율이 오르면 즉각 추경에 반영해야 하는 항목이다. 때문에 삭감 의미가 전혀 없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정치공방과 나눠먹기식 편성= 쟁점이 됐던 호남 국책사업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사업예산의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없이 편중예산 의혹이라는 정치적 이유만으로 삭감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나 남북협력기금 5천억원은 상임위에서 1천500억원의 삭감을 의결했으나 계수조정소위에서는 무사통과됐다. 호남 국책사업 예산 역시 원안 통과됐다. 반면 일부 의원들의 출신지역구 SOC사업 예산이 대폭 증가돼 나눠먹기식 편성이라는 의혹을 자아냈다.
◇민원.선심성 예산=SOC투자 증액분(9천101억원) 중 상당수가 지역민원성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충청권 의원들은 증액된 고속도로 건설사업비 1천20억원 가운데 경부고속도로 확장사업비 250억원, 부산~울산고속도로 건설비 100억원, 대구~포항 고속도로 건설비 150억원 등 절반 가량이 영남에 집중됐다며 반발했다. 또 1천8억원이 늘어난 사회복지분야 예산 역시 일부 지역의 사회복지시설 예산이어서 민원성 성격이 짙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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