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미술계 활로 열까

입력 2000-12-27 14:01:00

최근들어 미술시장 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보이면서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화랑들의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화랑의 쇠퇴는 미술문화의 정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대구시립미술관 설립과 설립 이후의 전시활동 및 작품 구입을 통한 소장자로서의 역할이 하나의 대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 미술계 관계자들은 미술시장의 유지와 미술문화의 발전이 이뤄지려면 작가들은 작품에 전념하고 화랑은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발굴, 소개하며 미술관은 이들 작품들을 구입, 소장하는 형태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통상 화랑이 작가들의 전시작20~30%를 구입하고 나머지 60~70% 이상은 미술관이 화랑을 통해 구입, 소장함으로써 화랑들의 운영 부담을 덜어주는것이 바람직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지역의 경우 미술관 없이 화랑들이 작가들의 작품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어 새로운 작가와 작품 발굴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 화랑 상당수가 대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화랑들은 올 상반기의 경우 전시회에 따라 20~30%이상의 작품 판매 실적을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하반기 들어 급속히 냉각, 대구지역에서 작품 판매가 가장 활발한 화랑의 하나로 꼽히는 모화랑의 경우조차 유명작가의 전시회출품작 30여점 중 2점을 파는 데 그쳤다.

맥향화랑 김태수 대표는 "요즘 가치는 전시회에서는 작품 판매를 기대않고 있다. 단지 좋은 작품을 미술대 학생들이나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데 만족할 뿐"이라며 "하지만 이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화랑 운영이 정말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지역미술시장 활성화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구시립미술관은 현재 기본설계를 마친 후 실시 설계와 용지 보상 과정을 거쳐 대구시 수성구 내환동 2만여평의 부지에 내년 말이나 2002년초 쯤 착공, 5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3년 말 완공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문 전시기획 담당자 1명을 채용, 개관 이후 운영계획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공 이후의 운영. 전문성을 지닌 미술관장과 학예연구관을 두고 2~3년 앞서 전시계획을 짜는 것은 물론 예산이 충분히 책정돼 화랑들의 운영 부담을 덜어줄 정도의 작품 구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향화랑 김대표는 "부산과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그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제대로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시립미술관은 설립 이후의 운영에 따라 지역미술문화의 발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행정 당국자들이 고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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