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겨울나기 걱정

입력 2000-12-27 14:28:00

"부업을 하려 해도 일감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올해는 경제가 어려워 정말 힘들었습니다". 주부 최순희(35·대구 봉덕3동)씨는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탤 양으로 우산 케이스 만드는 일을 부업으로 했으나, 지금은 일거리가 없어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원래 겨울엔 부업거리가 적기도 했지만, 요즘은 더 어려워졌다. 1주일에 4, 5일씩 매달려도 한달 수입은 고작 20만~30만원. 그래도 손에 쥐고 있을 땐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데, 그마저 없고 보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연말 경기가 꽁꽁 얼어 붙으면서 주부들의 살림 걱정이 늘어만 가고 있다. 수입은 빤한데 쓸 일은 많고… 자연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도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절약하려 알뜰 지혜를 짜내는 주부들의 모습은 나이 많고 적음에 큰 차이가 없다겨울엔 난방비가 많이 들어 큰 고민거리. 기름값이 비싸니 보일러를 돌리는 일에도 가슴이 졸아든다. 최씨는 두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아예 보일러를 꺼버린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냉방에서 옷 하나 더 껴입고 지내는게 마음 편하기 때문."옛날 할머니들이 쓰던 누비 버선을 신고 있으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습니다. 발이 따뜻하면 덜 춥잖아요". 최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큰 방 한칸만 불을 때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다, 잘 때만 아이들을 제 방으로 보낸다고 했다.

젊지만 알뜰 생활이 몸에 밴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재봉틀을 돌린다. 그의 손을 거친 옷들은 헌 것도 완전 새 것처럼 탈바꿈한다. 특별히 배우지는 않았지만, 우산 케이스를 만드느라 재봉틀을 쓰다 보니 바느질 솜씨가 늘었다. 빨리 커 금방금방 안맞아지는 아이들 옷을 계속 사대기가 부담스러워, 흔히 다른 큰 아이 옷을 얻어 단을 고쳐 입힌다. 그의 바늘질 솜씨는 동네에 소문이 나, 옷을 고쳐 달라고 가져오는 이웃 주부들이 생겨났을 정도.

"처음엔 안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잖아요?" 주부교실 회원으로 음식 절약 운동에도 열심인 그는 무엇 하나 버리는 법이 없다. 음식 튀기고 남은 기름은 모아뒀다 비누로 만들어 쓴다. 물값도 아까워 남편과 아이들이 세수한 물은 모아 두도록 해 걸레 빠는데 쓴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양념거리는 시골 시집과 친정에서 갖다 먹는다.

임춘희(37·대구 봉덕1동)씨도 부업 거리를 찾고 있기는 매 한가지.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남편 일이 어려워져 생활비를 보태야 한다. 하지만 일거리 찾기가 쉽잖다. 그동안 안해본 부업이 없다. 밤 깎기, 모기장이나 우산 케이스 만들기… 한달 수입이 10만원 남짓하기가 고작인 다른 일 보다는, 힘들기는 해도 밤 깎기 수입이 짭짤했었다. 아침밥 먹고 앉아 꼼짝 않고 밤 늦게까지 깎으면 한달에 50만여원. 그러나 겨울엔 밤이 얼어붙어 아예 일거리가 없었다.

임씨는 부식비를 줄이려 되도록 아이들 간식은 사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준다. 밀가루를 반죽해 빵을 쪄주면 아이들은 맛있다고 좋아한다. 시장도 좀처럼 가는 법이 없다. 한번 나갈 때 필요한 만큼 조금만 사와 1~2주일씩 먹는게 보통.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 사교육비도 부담스러워 다니던 학원도 그만 두게 했다. 그러나 남편이 "내년에도 경기가 안 풀릴 것"이라고 해 걱정이다.

가계부를 들여다 보며 주름살만 깊어지는 주부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다. 기름값 보다는 가스값이 싸기 때문에 세수하는 물을 가스레인지에 데워 쓴다는 주부 김영희(34·대구 장기동)씨. "새해엔 경기가 좀 풀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남편과 애들 건강하게 잘 지내면 더 바랄 게 있겠습니까?"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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