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은 아이

입력 2000-12-26 14:39:00

"아들이 말이 늦는 것 같아요. 28개월이나 됐지만 '우유 줘'라는 얘기도 분명히 못합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으면 엄마들은 걱정이 앞선다. 혹시나 자폐증은 아닐까 염려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말 배우는 것이 늦다고 해서 모두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문이 늦게 터지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방치하는 것도 잘못이다. 말은 대인관계, 지능, 인지 등의 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말만 늦은 경우

언어 발달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정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2살 때 좬엄마좭 좬아빠좭란 말 밖에 못하던 아이가 6개월이나 1년 후엔 거의 정상적으로 말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우를 '발달성 언어장애'라 한다. 이때는 지능 등 다른 분야 발달은 물론이고 언어에 대한 이해도 정상을 보인다. 단지 표현력 발달만 늦을 뿐인 경우이다. 대신 언어 표현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몸짓·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흔히 말하는 '말이 늦게 트이는 아이'로 보면 된다. 대개 4세 쯤부터 언어발달이 이뤄져 정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는 지적 발달의 지표

언어 이해력과 표현력은 지적 발달의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말이란 여러가지 능력이 모아졌을 때 발달할 수 있다. 이것은 대다수 언어 상의 발달 지연 및 문제가 다른 문제의 한 현상일 가능성이 높음을 말한다.

지능장애가 심할수록 언어 발달도 그 만큼 늦다. 이때는 옹알이는 정상아처럼 생후 6~8개월에 시작할 수 있으나, 말의 시작이 다른 아이에 비해 현저히 늦은 것이 특징이다.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정신지체가 심하지 않은 경우엔, 결국 말은 하게 되지만 언어 표현 및 이해가 떨어져 사회 적응에 결함이 온다.

◇난청도 언어장애의 원인

말하는 것은 듣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청각에 이상이 있으면 언어 발달이 뒤처지기 마련. 이런 경우는 발성량이 적고, 표현이 단조롭게 나타난다. 눈치나 시각 자극으로 주위를 살핀다. 손짓 등 비언어적 방법으로 자기를 표현하기도 한다.듣지 못해 말을 못배우고 있는데도 엄마들은 그냥 말이 늦틔는 것으로 간주, 청각장애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척 중요하다. 3세가 지난 뒤에는 언어 학습에 곤란이 따르기 때문. 늦어도 3세 이전부터 청각 장애아 교육이 시작돼야 한다.

언어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 중에는 자폐아가 있을 수도 있다. 자폐아는 말을 전혀 못하거나, 무의미한 말을 되풀이 하거나, 앵무새처럼 따라하기 등 묘한 언어 패턴을 보인다. 언어발달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말하고 싶은 동기까지 발달하지 않는다. 말이 늦으면서 반복적 행동을 보이거나 동일성을 고집하면 자폐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땐 의사에게

말을 늦게 시작한 아이들이 커서 오히려 더 똑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쳐 더 심한 장애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좬늦는 수도 있다좭 좬집안에 내력이 있으니까좭 하면서 그냥 지나치면 효과적 치료 시기를 놓친다.

언어 장애가 계속되면 학습·행동 및 정서상 문제가 따를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과 전문적 치료가 꼭 필요하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김진경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어린이 성장발달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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