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22일 대구지역 화폐발행액이 평소보다 1.5배 늘어나는 등 시중 자금흐름에 이변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파업은행 창구마다 돈을 빼기 위한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빚었으며 정상업무를 보지못한 데 따른 피해 호소도 폭발했다. 반면 대구은행 등 일부 은행에는 신규예금이 대거 몰려 파업에 따른 자금이동이 가시화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고객들은 "도대체 어느 은행에 돈을 맡겨야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겠느냐"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23일 한국은행 대구지점에 따르면 두 은행 파업 첫날인 22일 화폐발행액은 250억원으로 평소의 100억원에 비해 1.5배 늘었다. 한국은행은 두 은행이 파업하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어느 은행을 가리지 않고 대거 예금을 인출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파업을 벌인 은행에서의 인출사태가 두드러져 국민은행 영업점에서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로 하루종일 큰 소란을 빚었다. 객장마다 70~80명이 넘는 고객들로 북적거렸으며 그나마 제때 업무가 처리되지 않아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일도 잦았다. 자동화기기에도 고객이 늘어섰으나 현금부족 등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곳이 속출했다.
국민은행측은 직원이 없어 이날 하루 동안 인출된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포항제철 월급일을 하루 앞둔 포항 각 지점에선 현금부족사태가 발생, 한국은행 포항지점에 20억원 긴급지원을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주택은행은 아예 셔터를 내려버려 고객이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파업은행들의 인출소동과는 달리 일부 은행에는 돈이 몰렸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6개 은행 감자조치가 발표된 다음날인 18일부터 예금이 급증, 파업 직전인 21일까지 나흘동안 1천616억원의 예금이 몰렸다. 18일 59억원이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19일 104억원, 20일 501억원으로 갈수록 증가폭이 커진 뒤 국민·주택은행 파업 직전인 21일 하루 동안에만 952억원이 늘었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양대 은행 파업이 장기화하면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어음·수출입·대출업무 중단으로 인한 기업 피해가 클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다른 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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