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국민.주택은 '합병'

입력 2000-12-23 14:00:00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진통끝에 22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공식발표함으로써 지난 98년 1차 은행빅뱅에 이은 2차빅뱅의 막이 올랐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자산규모 167조원, 자기자본 6조2천400여억원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60위권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국내에서 초우량 은행으로 통하는 이들 은행의 합병은 극도로 지지부진한 2차금융구조조정에 불을 붙여 우량.비우량 은행의 자발적 구조조정 열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협상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또 지주회사편입을 꺼리는 외환은행과 조흥은행,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은행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들을 제외한 시중.지방은행들은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을 예의주시해왔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몸불리기와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나 노조의 반발이 거세 먼저 합병을 서두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개 초대형은행과 3, 4개 중형은행으로 재편= 1, 2위 우량은행인 국민.주택의 합병은 당장 국내 은행권의 세력판도에 급격한 재편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좁은 영업환경에서 매머드 은행에 압사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덩치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일단 은행권 판도는 한빛은행을 축으로 한 금융지주회사와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두 강자가 지배하고 다른 은행들이 합종연횡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빛은행 주도의 지주회사에는 이미 평화.광주.경남은행의 편입이 결정돼 있으며 외환은행도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빛은행과 외환은행 주도의 금융지주회사는 국제금융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초대형은행이 되며 국민.주택은행은 소매금융의 최강자가 된다.

하나.한미은행은 그동안 합병협상을 계속해왔으나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의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칼라일도 더이상 합병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생존을 추구하는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서울은행의 행보도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자칫 때를 놓치면 '영원히' 2류 은행으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업종을 끌여들여 지주회사로 덩치를 키우거나 이들 은행끼리 통합,살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구.전북 등 지방은행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소매금융은 국민.주택 합병은행에 치이고 기업금융은 한빛은행 주도의 지주회사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따라서 지방 영업권을 지키기 위한 이들 은행간 합병논의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제고 앞당겨진다=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하는 이유는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이 취약하고 규모가 영세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 때문이었다.

은행의 덩치가 도토리 키재기가 되다보니 대기업 하나만 무너져도 전체 은행권이 흔들리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고 이는 은행경쟁력 제고를 위한 설비투자나 우수인력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우량은행인 국민.주택이 합병, 중복되는 인력.점포를 줄일 경우 1인당 연간 영업이익은 곧바로 선진은행 수준(2억∼3억원)으로 높아지며 전산시설 등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지고 이는 바로 고객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노조 입지 약화될 듯= 금융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은행 노조의 입지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1,2차 은행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강제적인 대량 감원을 막기위해 강력한 결속력을 다졌고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을 키웠지만 앞으로의 상대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은행은 경쟁에서 뒤지고 결국 퇴출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2차 은행구조조정이 끝나면 더이상 공적자금 투입은 없다고 공언해 놓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바로 적기시정 조치를 내려 자력 증자할 수 없으면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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