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찬석 논설위원)

입력 2000-12-20 14:39:00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노벨상의 수상기록을 보면 미국의 독주가 두드러진다. 금년도 노벨상 수상자 13명중 미국이 7명을 차지, 노벨상이 미국의 독무대가 된 것은 말할것도 없고 역대 기록으로 따져봐도 전체 수상자 716명중 250여명을 차지, 미국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15년간 물리, 화학, 의학, 경제학분야 수상자 122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5명을 배출, 세계의 슈퍼 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우리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나라 안이 온통 들끓다시피 하고 있는 이 '대단한'상(賞)을 미국은 해마다 여러명씩 밥먹듯 내놓더니 급기야 올해는 7명씩 양산하고 있으니 역시 미국이야말로 세계의 대형(大兄)답게 문무 겸전의 나라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미국의 노벨상 독식이야 물론 세계의 초강대국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기초과학분야에 파격적인 예산을 서슴지 않는 정부지원 때문이라 보아 틀림없다. 올해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지원되는 정부예산만도 연간 120억달러(약 13조원)라는 사실은 미국이 얼마나 기초과학을 중시하고 또 그 과학자들을 아끼는지를 보이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미국은 오랜세월동안 기초과학 분야에 정성들여 씨를 뿌려왔고 이제 씨 뿌린대로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50년간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5년간 지금보다 40%증액된 24조엔의 과학기술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한다. 일본은 이 예산을 벤처기업 육성, 질병유전자의 해명, 젊은 연구원과 조 교수의 독립지원등에 쏟아부어 세계적인 두뇌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기초과학이 뿌리를 내리지 않으면 과학선진국의 대오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일본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란 생각도 든다.

일본은 지금까지 이미 물리학 3명, 의학상 1명, 문학 2명, 평화상 1명 등 8명의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한바 있는 세계수준의 기초과학 선진국이다. 그런 터수에도 오히려 "이렇게 늑장부리다간 2류국으로 전락한다"며 연간 48조원을 기초과학 부문에 쏟아넣기로 뜻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허공으로 날려보내고도 책임질 사람조차 없는 이런 무책임한 정치로 세월만 보낼때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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