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파는 유명 상표 모조 가방들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이 모양 낸 가짜 구찌.프라다 핸드백들을 길바닥에 늘어 놓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며 흑인 상인들은 가난한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가짜 구찌 핸드백을 파는 행상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모조품인데도 20만 리라(약 10만원)나 달라고 했다. 그냥 지나치려 하자 "싸다"며 끈덕지게 따라 붙으려 했다. 동행했던 이탈리아 주부 수잔나 테라니씨는 "모조품이지만 진짜나 다름 없다"고 판정해 줬다.
진짜를 사려면 200만 리라(100만원)는 줘야 해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낸다면서, 이때문에 "다른 도시에도 모조품 파는 데가 많다"는 얘기였다.
세계적 명품을 많이 배출해 낸 이탈리아이지만, 그곳도 복제에는 별 대처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 패션 잡지 '피클레스 파리'에서 일한 적 있다는 프랑스 여성 알렉산드라 알리우드씨는 "이탈리아에는 품질은 떨어져도 가격이 싼 모조품들이 많지만 불법이라 노점상에서나 팔린다"고 했다.
베네치아.로마.밀라노 등 여러 도시 명품 거리에선 디자인을 도둑질하려는 이방인들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매장 쇼윈도 밖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점원의 눈을 피해 가방.신발 등의 사진을 몰래 찍어댔다.
밀라노 만쪼니 거리 '아르마니' 매장에선 이런 카피 도둑들을 막으려고 건장한 체격의 경비 요원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고 있었다. 의상뿐 아니라 식당.꽃집.서점 등 모든 내부시설을 아르마니 스타일로 꾸며 유명한 이곳에선 또 신상품 카탈로그 조차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점원이 관리자의 허락을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아이디어가 바로 재산인 셈이었는데, 이를 중시해서인듯 실크 생산지로 유명한 북부 꼬모의 안토니오 라티 재단 섬유박물관에서는 기원전 200년 이집트서 생산된 원단 등 각지에서 수집한 40여만 종류의 직물 샘플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패션 관련 종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여직원 테레사 사이베네씨는 "오래된 직물 샘플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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