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부시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전망

입력 2000-12-15 14:33:00

36일간 혼미를 거듭하던 미국 대선에서 마침내 공화당의 부시후보가 승리하였다. 이로써 8년간의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시대를 마감하고 부시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공화당의 전통, 부시후보의 선거 공약, 그의 정책 보좌진의 성향 등을 고려해 보면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에 비해 3가지 점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적과 동지를 분명하게 구별하는 국제정세관을 유지하고 있는바, 이번에도 부시후보는 이런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라고 못박고, 클린턴 행정부가 중국을 우대하고 미국의 우방인 일본을 상대적으로 경시했다고 비판한다. 공화당의 이런 태도는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양면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한.미동맹관계를 중시할 것이므로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협력을 얻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대신 중국이나 북한을 홀대하거나 적대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한 북.미관계개선 노력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부시후보는 정강정책에서 "북한은 국제사회 바깥에 있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공화당은 잊혀진 한국전쟁을 기억한다"고 선언하고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을 재검토하고 나아가 미국의 중유 및 지원 식량의 군사적 전용 금지, 미군 유해와 실종자 완전 해결 등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선거기간 중 대외정책에 있어서 부시후보와 고어후보간의 가장 큰 차이는 국가미사일방어(NMD)와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 개발에 관한 것이었다. 부시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군의 전쟁수행 능력이 저하되었다고 평가하고, 외부의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미국이 러시아와 대륙간탄도탄 협정(ABM)을 개정하거나 탈퇴하더라도 미사일방어 체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한국은 불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미사일개발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 개발에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문제에 대해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부시 주위에는 국방성 출신이 많아서 한반도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국무성보다 국방성의 의견이 더욱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 딕 체니가 국방장관을 역임했고, 국무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콜린 파월이 합참의장을 지냈고, 이 외에도 전국방차관 폴 월포위츠, 전국방차관보 리차드 아미타지 등이 부시 대통령의 한반도정책을 조언하고 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는 경우 한반도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의 민주당 인사와 가까운 편이고 비교적 공화당과 유대가 약한 편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앞으로 우리 정부는 대미 외교채널을 강화하여 미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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