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 각국 분주 日 낙관-中 불안-유럽 우려

입력 2000-12-15 14:39:00

부시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해 각국은 나름의 이해관계를 따지며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를 탐색하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부시 정권이 대일정책 중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부시 당선에 상당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계도 보호주의 색채가 엷어 클린턴 정부 보다는 상대하기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전보장 비용의 추가 부담을 요구할까봐 일본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리 총리는 부시의 취임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 회담할 계획이며, 외무성은 정책 조정을 위해 간부를 미국으로 파견해 정권인수팀과 접촉시킬 방침이다. 후쿠다 관방장관은 "신임 미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세계 동향에 대처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외교면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북한.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로, 부시 정권이 중국에 대해 클린턴 때 보다 강경하게 임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 속도 역시 늦추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중국=미국과의 관계에 큰 변화가 없기를 희망했다. 사회과학원 왕이조우씨는 "조그마한 불꽃이 일 수는 있으나 큰 불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부시를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할 대통령으로 평가하면서, UN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부시와 그 참모들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고 안보상의 위협과 많은 내부적 문제들을 지닌 '잠재적 경쟁국' 심지어는 '적국'으로까지 보고 있다. 부시는 중국이 반대하는 NMD체제를 확립하려 하고 있으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용 무기를 팔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이 21세기에 미국의 최대 적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지목됐으며, 그같은 강경 시각의 폴 월포위츠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14일 부시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면서도 "대만에 기울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미국이 인정한 양국간 3개 공동성명의 원칙과 기초 위에서 관계가 발전돼 나가야 한다고 상기시켜, 부시의 대만 지지에 불안.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유럽=미국의 단극 체제에서 자국 등이 참여하는 다국체제로의 세계질서 재편을 요구 중인 독일은 슈뢰더 총리가 부시와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그는 당선자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결정적인 공헌이 독일 통일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미국은 그동안 환경보호 문제 및 NMD체제 등을 둘러싸고 다소 소원한 관계에 있었으며, 부시 정권 역시 자체 신속대응군을 창설하는 등 독자적 길을 가려는 유럽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프랑스 조스팽 총리는 작년 코소보 사태 때 미국과 유럽이 긴밀하게 협력했음을 상기시켰으며, 외무장관은 중동 평화 모색이 시급함을 환기했다.

영국의 미러 신문은 블레어 영국 총리와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지향점이 달라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두 사람이 낙태.사회안전 등 기본 정책에서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했다. 팔레스타인은 부시 당선으로 평화 협상이 진척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큰 잘못을 했으며, 부시 당선자는 그 잘못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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