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號의 진로

입력 2000-12-14 14:30:00

◇미국 내 영향미 국내적으로는 '작은 정부'를 지향, 연방정부를 축소하고 권한을 과감히 지방정부에 이양하며, 대규모 감세와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중산층 위주의 경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 중 앞으로 발생할 재정흑자의 사용 문제와 관련한 세제의 개혁이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재정흑자의 절반은 사회보장에 쓰고, 4분의 1은 국가의 중요 정책 추진에 사용하며, 나머지 4분의 1은 세금 감면을 위해 쓰겠다고 그는 공약해 왔다.

또 교육 부문에서도 기초교육 기관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사립학교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학비 보조 등 점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밖에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에 대한 정부보조를 통해 의료보험에의 접근을 확대할 것을 약속하고, 의료저축 계좌 제도의 확대를 제의하기도 했다.

그외 부시는 미국의 핵무기가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 러시아의 감축 수준과 상관없이 일방 감축할 태세이다. 그러나 앞으로 5년 동안 무기 연구.개발에 200억 달러 이상, 군인 처우 개선에 10억 달러를 추가 지출키로 공약했다.

◇국제관계 영향

부시 당선자가 그동안의 캠페인 과정에서 내건 공약과 지난 8월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공화당 정강을 종합해 보면, 새 행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안보 및 국제경제 정책을 펴는 강경 쪽으로 선회할 공산이 크다.

특히 중국.러시아.쿠바.북한.이라크 등 경쟁 또는 적대 국가에 대해서는 힘을 바탕으로 단호히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클린턴 정부가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 나라와의 관계가 다소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국익에 중요하지 않은 분쟁지역에의 미군 파병도 자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국제 경찰'을 자임해 온 클린턴 정부에 대해 "미국 군대가 '너무 많은 지역에 너무 엷게' 분산 배치돼 있다"고 비판했던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유엔 평화유지군을 비롯한 미군의 해외 파병이 상당히 자제될 것으로 보인다. 발칸반도의 평화유지 활동도 서유럽이나 러시아에 떠넘길 태세.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 역시 미국 국익을 지키고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라는 것이 표명된 기본 시각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도 개혁을 요구하고 분담금 감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도전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국방 문제와 관련, NMD체제를 서둘러 구축할 뿐 아니라, 사전 정지 작업(ABM협정 수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때문에 ABM협정 체결 상대국인 러시아는 물론, 중국 등과도 외교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

◇미국내 금융 영향

미국 경제의 근간에 이렇다 할 변화를 가져 오지는 않을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훨씬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부시 역시 감세라는 족쇄에 묶여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고금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

따라서 통화정책에서 민주당 정부와 확연하게 다른 색깔을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때문에 금융시장은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태도에 더 좌우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시의 당선이 무엇보다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게 되면 외국 돈이 몰려들어 일단은 활황을 유지시키다 결국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그린스펀 의장도 인플레 견제를 위해 통화정책의 고삐를 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부시의 당선이 채권시장, 특히 미국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높다. 뉴욕 소재 일본계 딜러는,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것이 국채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관계자들은 부시의 승리로 그간 미 증시에 영향을 끼쳐온 4가지 요인 가운데 선거라는 변수가 없어지고, 유가.유로가치.소득이라는 3가지만 남게 됐다면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증시가 부양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종목 별로는 그간의 분석대로 방산.에너지.담배.제약.금융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첨단기술주와 환경보호 부문은 서리를 맞을 것으로 관측됐다. 클린턴 정부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MS 빌 게이츠 회장도 부시의 승리에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 금융 영향

달러화 강세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시장 불간섭 주의와 영합, 국제자본이 미국으로 더 많이 몰려들 게 할 것이며, 유로에게는 불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좀처럼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로화 가치 부양을 위해 역내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내외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의 이례적 시장 개입 조차 실패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로 회의론자로 정평 있는 로런스 린제이가 재정정책의 핵심부에 기용되리라는 관측이 일반적이기까지 하다.

부시의 집권이 아시아 통화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감세정책이 결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동남아 국가들과 금리차가 좁혀지게 되면, 그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더욱 견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정치 불안까지 겹쳐 있는 경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물론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