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막을 내린 '2000년 일본군 성(性)노예전범 국제법정'은 이래저래 적잖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우선 사상 최초로 여성이 주체가 돼서 '여성법정'을 구성한 것도 이채롭지만 이 자리에 8개 피해국 '증인단'과 1천100명의 세계여성인권단체 회원및 일본 등 9개국 NGO(비정부민간기구)회원들이 참석, 같은 여성으로서 아픔을 같이한 것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번 '국제법정'은 나치전범을 처벌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과는 달리 일본정부에 사죄를 받고 배상을 요구할 기속력은 없다. 그러나 '가브리엘커크맥도날드'재판장과 '돌고폴'(호주), '샐러스'(미국)수석검사 등 쟁쟁한 국제법의 여류들이 대거 참여, 일본의 만행을 규탄한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샐러스 검사가 "재판을 하면서 감당키 어려울 만큼 가슴이 아팠다"고 전제하고 히로히토 일왕(日王)을 군위안소 문제의 최고 책임자로 고발한 것은 명쾌했다. 또 돌고폴 검사가 "일본정부는 국가의 도의적 의무를 못하는 용기 없는 정부"라 질타한 것도 감명 깊다. 더구나 이번 도쿄법정의 재판부는 "증거와 증거에 의해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의 강간, 매춘, 강제인신구속, 처형 등은 뉘른베르크재판소 헌장 6조에 위배되는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반인도적 범죄에는 소멸시효가 없다"고 선언한 것은 약삭빠른 일본정부의 콧대를 꺾기에 충분했다.
실상 지금까지 일본정부는"본인 뜻에 의한 직업이었다"며 무책임론을 되풀이 하는 한편 시효소멸론으로 자신들의 죄악을 애써 외면해왔었던 것. 이번에도 '국제법정'안에 내걸린 대형 스크린에 위안부들이 짓밟히고 찔리고 하는 장면이 상영되는 가운데 법정 밖에서는 우익 단체들이 맴돌며 요란한 스피커 방송으로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일본이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어쨌든 국제법정에 남북한이 지난 10년간 모은 자료로 공동기소문을 작성, 220여명의 증인과 함께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차분하게 고발한 것은 이번 국제법정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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