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 부채경감 특별법 배경.전망

입력 2000-12-13 15:18:00

모두 4조5천억원의 예산을 농어가 부채 경감에 투여하는 '농어업인 부채경감 특별조치법'은 여야와 정부, 농민단체의 주장을 적절히 섞은 절충안 성격이 짙다. 불과 한달여만에 제정된 이번 특별법은 가장 빨리 만들어진 법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지난 10월30일 농가부채 경감 특별법을 국회에 청원한 뒤 지난달 21일과 지난 7일 전국 시위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해 왔다.

이에 따라 당초 특별법 제정에 반대해왔던 정부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특별법 제정 수용으로 선회했고 여야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농민 의견 수렴에 나서게 됐다.

이번 농가부채경감 특별법안은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훨씬 진전된 내용이 많이 담겨져 농민들의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민들이 가장 반길 부분은 고금리의 상호금융 부채 경감책.

당초 연리 11~12%의 상호금융 부채 18조3천억원 가운데 4조원을 연리 6.5%에 5년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지원하기로 했던 정부안에 비해 액수가 10조1천억원으로 2.6배로 늘었다.

농민들이 가장 부담을 많이 느낀다는 상호금융 부채에 대해 이처럼 대규모의 지원책이 나옴에 따라 단기적 미봉책에 그쳤던 과거 5차례의 경감책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또 내년과 내후년에 만기가 되는 정책자금 부채도 당초 정부안은 2조5천억원을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여야 합의안은 규모를 2003년까지 만기가 되는 3조9천억원으로 늘리고 조건도 2년 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개선했다.

주채무자가 상환능력을 상실한 경우 연대보증인에 대해서도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특별자금 5천500억원을 지원하고 농어업인 담보력 부족 해소를 위해 3천885억원의 예산을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농신보)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을 농민단체가 수긍할지는 의문시된다. 45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특별법 마련을 주장했던 농민단체로서는 10분의 1인 4조5천억원 규모의 경감책으로 만족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정부로서도 앞으로의 재정부담이 문제다. 당초 정부는 1조8천600억원이 들어가는 조치를 마련했으나 정치권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에 밀리면서 이보다 배이상 많은 4조5천억원이 투입되는 특별법이 타결되고 말았다. 앞으로 국가 예산을 짜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특별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농가부채 문제는 단순히 재정.금융상 경감조치만으로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각 방면에서 구조조정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부실 농가에 대해서는 퇴출도 불사하는 자세로 농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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