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경기급랭 등 경제가 심상찮은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고위경제관료들의 인식은 안이하다못해 해이해진 것 처럼 보이고 있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약 1조원의 자산으로 업계 3위인 서울의 동아상호신용금고와 경남 울산금고가 예금인출사태를 못이겨 영업정지상태에 들어간 원인을 놓고 금고연합회는 정부관료의 발언이 그같은 참사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금융불안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부실기업판정에서 회생가능으로 분류된 235개 기업에대해 부도유예조치를 단행하는가하면 금융실명제법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비실명채권발행 가능성을 흘린 것도 혼선을 부추긴 처사였다.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자는 것인지, 망치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기호 청와대경제수석이 정현준.진승현 사건으로 신용불안이 심각해진 신용금고와 관련 "사고가 앞으로도 한두개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한데 이어 금융감독원장이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신용금고업계 전반에 불신이 확산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업계의 주장대로 이같은 발언이 바로 예금인출사태를 몰고왔는지에 대해선 향후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1조원을 긴급 투입해야할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이처럼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상당한 작용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가 공멸의 위기감에 휩싸여 서민금융이 마비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면 이런 발언을 한 정책당국자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된 업체에 대해 내년 3월까지 부도를 내지못하도록 창구지도한다면 그게 시장원리에 맞는 방식이며 이로인해 금융부실이 커진다면 누가책임을 질 것인지. 시장원리를 무시한 이같은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성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진념 재경부장관의 비실명산업금융채 및 중소기업금융채 발행검토 발언은 1개월도 남지않은 금융종합과세시행을 앞두고 너무 엉뚱하다. 금융실명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근래들어 각종 부패사범과 대형금융사고, 일부 부유계층의 변칙상속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판에 조세형평에도 맞지않은 세금도피수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경제가 거시지표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데도 실물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것은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어온지 오래다. 고위 경제관료들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경제의 혼선을 자초하는 것은 정말 걱정스럽다. 이같이 경솔한 발언을 계속한다면 위기가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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