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정부구조조정 정책 비판 경제부처 '발끈'

입력 2000-12-11 14:21:00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무차별 비판하자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부처가 '발끈'하고 나섰다.

KDI는 심포지엄에서 국민의 정부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낙제점' 수준으로 혹평했다.

KDI는 '11·3 기업퇴출'때 드러난 것처럼 부실징후 대기업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에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난 3년간의 기업개혁이 성과를 내지못했으며 금융구조조정도 원칙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재경부와 금감위는 '우군'이라고 믿었던 국책연구기관이 대안제시도 없이 정부의 개혁정책을 싸잡아 몰아칠 수 있느냐고 격앙된 표정이다.

재경부는 국책연구기관이 정책 방향의 제시와 '조언'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말까지 기업·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 내년 1/4분기를 고비로 경제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정부 정책을 사실상 실패작으로 규정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 금융·기업개혁의 총대를 멨던 금감위는 KDI 지적처럼 정부의 개혁정책 추진이 잘못된 것이라면 국가의 '싱크탱크'로서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11·3 부실기업 퇴출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의 요구에따라 이뤄진 것인데 '몰아치기식 퇴출'로 상당한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지적은 맞지않다"며 "부실기업은 앞으로 채권은행에 의해 상시 퇴출시켜 시장의 불안요인을 해소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 금융기관 처리와 관련,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 계약이전(P&A) 방식 등을 통한 부실 금융기관 정리는 노조의 반발 등 때문에 어려움이있다"며 "정부는 금융기관이 자율적 합병 등을 통해 독자 생존하기를 바랐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시한을 정해놓고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금융권개편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위 관계자도 금융기관 구조조정에서 P&A 방식의 효율성을 정부가 몰라서가 아니라 이 방식을 택했을때 예상되는 대규모 실직사태를 현실적으로 컨트롤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점을 KDI가 뻔히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적자금 집행의 경우 초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금융시장의 복원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앞으로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뒤 공적자금 관리위원회를 통해 이를 관리, 회수하고 부실 기업주의 책임추궁을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금감위의 일부 간부들은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꼬이고 있고 여론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잠잠하던 KDI가 강도높게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한데 대해 '하이에나 심보'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금감위의 한 간부는 IMF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서도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을 '성공작'으로 평가해주고 있다며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구체적인 대한 제시도 없이 비판을 일삼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행위'에 다름없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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