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서울청장의 허위학력

입력 2000-12-09 14:46:00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명문(名門)출신이기를 바란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누구나 부러워 하는 일류학교를 졸업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당당한 명문의 후예가 그 나라의 대세(大勢)를 좌우하는 웅도(雄都)에서 태어나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류학교를 졸업하는 것이야말로 어찌보면 출세의 기본 조건이 아닐까싶은 생각도 든다.

▲지연·혈연·학연을 많이 따지는 동양의 유교문화권은 또 그렇다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미국이나 유럽쪽도 별반 다를게 없는것 같다. 과거 미국의 카터 대통령 재임시절 우리로 치면 시골중에도 산골에 해당하는 조지아주 출신의 대통령을 두고 닳아빠진 동부의 '아이비리그'출신들이 걸핏하면 비꼬고 생트집 잡던것도 지연과 학연에 따른 '텃세'에 다름 아니었다.

▲프랑스의 경우도 '가스꼰'지방 사람들은 지금도 파리에서 제 대접을 못받고 걸핏하면 상대하기 힘든 촌×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명문 출신에 후한 점수를 매기다보니 소위 '명문'을 둘러싼 웃지못할 해프닝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이다. 박금성(朴金成)서울경찰청장의 학력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도 따지고보면 요즘 한창 잘나가는(?) 목포고와 목포해양고의 명문텃세싸움에서 비롯된 것만 같다는 후문(後聞)이니 관심이 더욱 쏠린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박 청장이 2년여에 걸쳐 3차례나 고속승진을 거듭,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자 목포고 출신들이 언론사 등 관계 요로에 전화를 걸어 "그 사람은 우리학교 출신이 아니다"고 항의한데서 시작됐단 것이다. 광주일고와 함께 전남제일의 명문고임을 자부하는 목포고 출신인사들은 아마 "감히 해양고 출신이…"라는 명문고 의식으로 서슬이 시퍼렇게 항의했을 터이고 그 결과 박 청장 인사카드의 학력란은 의문 투성이로 밝혀졌다니 딱하다.

▲우선 '목포고'로 돼 있는 난에 '고'자를 지우고 '해양고'로 수정된데다 두줄로 긋고 정정한 사람의 도장을 찍게 돼 있는 경찰의 정정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또 올해 작성된 전자 기록상에는 여전히 목포고 출신으로 남아있는데다 조선대 출신의 최종 학력도 대학측에 문의한 결과 그런 사람이 없었다니 오리무중이다. 박 청장이 이문제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해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야심찬 경찰 엘리트의 과욕의 결과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박 청장은 공직자는 명문출신이기 이전에 정직하고 당당해야한다는 큰 원칙을 몰랐던 게 아닐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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