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출국앞둔 DJ

입력 2000-12-08 00:00: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노벨상 시상식 출국을 하루 앞둔 7일 아무런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대해 "이번 노르웨이, 스웨덴 방문중 평화상 시상식 연설 및 공식 기자회견, 미국 CNN, 영국 BBC 등과의 인터뷰 준비 및 출국을 앞두고 여러 국정현안 등을 챙겨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은 "이번 순방기간 하루 평균 9건 가량의 공식·비공식 일정이 있다"면서 "그만큼 준비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통령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이날 오전에도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과 남궁 진(南宮 鎭) 정무수석 등 보좌진의 아침 관저보고를 받았다.

출국을 앞두고 국내 각종 현안들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자리의 성격이었지만 최근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는 정국상황은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6일 저녁 모든 상황이 정리됐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권노갑(權魯甲) 한화갑(韓和甲) 두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더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나오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고, 당에도 "예산안과 각종 입법 등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문제에 전념하라"며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출국을 앞둔 김 대통령의 심경에 대해 "담담하고 차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김 대통령으로서는 연말 국정쇄신을 위한 결단을 앞두고 출국 하루전인 이날도 여러 생각을 정리했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관측했다.

특히 당정개편 문제는 민심수습을 위한 국정쇄신 차원과 함께 권노갑 최고위원 '2선후퇴론' 파문을 계기로 불거진 당내 분란을 수습하고 당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과도 연계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개각 넉달밖에 안된 상황에서 경제팀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다 집권 후반기를 보좌할 청와대 비서실의 개편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심경을 정리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이와함께 귀국 직후 가질 예정인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 및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회동을 앞두고 대야, 대자민련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도 향후 국정운영의 큰 틀을 다시 짠다는 의미에서 숙고를 요하는 과제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국가적 경사라 할 수 있는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앞두고 국내문제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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