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연예인은 다르다

입력 2000-12-07 14:18:00

건강한 장미를 보고 "오오, 장미, 그대는 병들었다!"라는 시구(詩句)는 그 사람의 정서적 조직을 통하여 일어나는 주관적, 심리적 표현때문이지 과학적 사실성을 모르기 때문은 아니다.

단테의 신곡(神曲)은 이러한 과학적 세계와 모순되는 세계상을 나타내며 관찰의 거짓은 상상의 세계에서는 '참이다'고 표현하고 있다.

대중과 연예인의 감정표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장면 대부분은 수없이 반복되는 장면 중 하나를 선택한 편집의 결과이다. 이때 배우는 각 장면마다 동일한 연기를 해야한다. 특히 야외 촬영은 카메라 한 대로 찍어야 하기 때문에 NG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카메라 지점을 바꾸어 찍을 수밖에 없다.

멋진 키스신도 마찬가지. 같은 행동이 수 십 번 되풀이되는 촬영장에서는 영화관이나 안방에서처럼 극적 재미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장에서 배우의 연기모습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과학자의 관찰력이나 시인의 미적 지각 능력만큼 연예인이 지니고 있어야 할 최고의 재능은 '끼'이다. '끼'는 보여지는 연예(演藝)에 타고난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연예인은 특히 이것을 발휘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중은 자신과 다른 연예인들의 '끼'를 인정하여 그가 꾸민 '환상'에 돈을 지불한다. 물론 그 돈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만족을 얻을 때만 연예인은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1920년대 미국의 우상은 성공한 기업가·발명가·행정가였으나 1929년 대공황 이후 지금은 소비적 가치를 대변하는 연예인이 최고의 우상이다. 우리 나라 또한 생산적 우상에서 소비적 우상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면서 연예인의 지위가 격상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저명성을 갖게 돼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의 관심이 되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의 사적 생활까지 추적되고 사소한 잘못이나 도덕적 흠집이 지나치게 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연예인은 연예(演藝)에서 우리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 우리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인정돼야 하고, 연예(演藝)외의 것들때문에 그들을 경멸하면서 우리의 즐거움을 구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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