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특보단 간담회 발언

입력 2000-12-05 15:24:00

청와대에서 4일 열린 민주당 총재 특보단 오찬 참석자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현 정국상황에 대해) 침묵하지도 않았고 모르고 있지도 않았다"고 전했다.김 대통령은 특히 당초 1시간30분으로 예정된 회의시간을 30분이나 늘려가며 회의 말미 30분동안 현 시국과 대처 방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특보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질책성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한 '겸허한 검토'를 통해 "연말까지 심사숙고해 기대에 부응하는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며 국정쇄신 구상 일정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특보단의 민심보고와 국정쇄신책 건의에 "여러분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얘기를 한 것에 충분히 공감하며 위기의식을 나도 느낀다"고 수용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먼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넘어야 할 산도 있고 건널 물도 있으나 그런 장애가 있다고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분명히 가야 할 길은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가겠다", "지금 칭찬받는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끝나고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하는 의원들에 따라 표현은 다소 달라도 지속적인 개혁의지를 강조했다.

특보단장인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 대목에 대한 김 대통령의 언급을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원칙있는 정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의약분업도 지금은 국민이 불편해하지만 훗날 개혁정책으로 평가할 것인 만큼 당대의 평가에 만족하지 말고 비록 10%의 지지율로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개혁을 밀고나가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민심이반 현상에 관한 보고에 김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하다보면 실업자가 많이 나타나고, 또 의약분업이나 교육개혁 등의 상처들을 돌보는 데 소홀해 중산·서민층의 상처가 남아 있는 상태"라며 "그런 가운데 아직 강력한 기득권 세력이 자꾸 부추기고 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며 원인분석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대통령은 "다만 공기업 구조조정이 좀 느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국전력노동자들이 (노사협상 타결로) 거국적인 결정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신문에는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나오는데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위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갈 수 있는 확률은 있다"고 위기의 수준을 진단하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감있게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갖기를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또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고 다른 참석자는 전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지난 2일 청와대 오찬회의를 가진 최고위원과 이날 오찬을 함께 한 특보단에 대해서도 질책성 당부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을 선출한 뒤 당을 맡겼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자꾸 나한테 갖고 오니 답답하다"면서 "당이 마치 무기력한 것처럼 보도되는데 가뜩이나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조직이 제대로 안되고 분란이 있다면 안될 말"이라며 최고위원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당내 단합을 촉구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특보단에 대해서도 "특보단이 의기소침해 자꾸 문제라고만 하지 말라"며 "특보로 발령된 이후 나한테 보고서나 메모 한번 준적 있느냐. 신문에 나지 않은 이면적인 일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다른 참석자가 소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특보들이 하도 세게 얘기해 내가 대통령 눈치까지 봤을 정도인데 김 대통령은 '나도 신문에서 봤다'며 이미 모두 알고 있더라"고 전하고 "김 대통령은 '(개혁과정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느냐.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보다 우수하므로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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