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세계제패 경영전략

입력 2000-12-05 14:01:00

세계적인 전자제국 소니와 통신부문에서 세계를 제패한 노키아는 여러 면에서 서로 비교되는 초일류기업이다. 50여년간 끊임없는 독창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세계화 전략으로 전 세계 가전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소니. 퇴출의 위기를 넘어 휴대전화 단말기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의 노키아.

'소니의 야망'(아사쿠라 레이지 지음, 바다출판 펴냄)은 디지털 네트워크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소니의 경영전략을 자세히 밝힌 책이다. 가전제품 왕국에서 디지털 네트워크로의 변신을 대대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소니의 변신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

1995년 제6대 소니 사장에 취임한 이데이 노부유키.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그는 '디지털 드림 키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 정말 이런 제품을 갖고 싶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최근 소니를 움직이고 있는 화두는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디지털 네트워크 구상이다. 이때까지 소니는 표준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 과감한 변신이다.

네트워크로 급속하게 묶여가는 추세를 인정한 소니의 이런 네트워크 전략의 밑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메모리 스틱'이다. 껌 모양의 이 플래시 메모리 디바이스는 모든 가전기기에 자유자재로 정보를 실어나르는 꿈의 저장매체. 이를 토대로 '하나의 선, 하나의 리모콘으로 컨트롤되는 쾌적한 가전환경을 2001년까지 만든다'는 소니의 '1.1.1 프로젝트'는 소니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워크맨 신화가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노키아 주식의 시가 총액은 전체 주식의 시가 총액 중 60%에 이를 정도다. 핀란드 국내 총생산의 4%, 핀란드 전체 연구개발 투자비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2/4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단말기 2천694만대를 판매, 전체 휴대전화시장에서 27.5%를 점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물건을 더 좋고, 값싸고, 작고, 쓰기 쉽게 만드는 전략으로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노키아는 왜 세계 제일인가'(다케스에 다카히로 지음, 동방미디어 펴냄)에서 노키아의 성공전략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노키아가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기술개발과 경영전략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제지회사로 출발한 노키아는 고무 금속 가전 전자 통신기기 휴대전화 등 끝없이 사업을 확대했다. 주로 인수합병 전략에 의거해 형성된 노키아그룹은 1970년대 말에는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문어발식 경영 기업이었다. 하지만 80년대말 유럽을 휩쓴 경제불황의 여파로 핀란드가 금융불안에 빠지자 노키아는 모든 사업에서 누적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노키아는 휴대전화를 통해 IT혁명을 주도하는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다시 올라섰다. 재기의 발판은 1992년 41세의 나이로 CEO(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요르마 올리라. 그는 부실부문을 과감히 매각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휴대전화와 통신 인프라 부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특화전략으로 노키아를 일으켜 세웠다.

주목할 것은 노키아의 기업문화다. 노키아는 전통적 기업에 속하지만, 벤처 기업들의 특성이라고 할 도전 정신과 유연함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만족, 개인존중, 목표달성, 계속 학습 등 '노키아 밸류'로 요약되는 기업문화를 토대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조직은 아메바처럼 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공감대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전통적 기업 노키아의 저력을 말해준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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