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성걸이

입력 2000-12-04 14:18:00

'아니, 저렇게 다리 불편한 아이에게…'

점심 시간이 마칠 때쯤 우리 학교를 방문한 이가 있다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소규모 학교인 본교는 자체 급식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이웃 초등학교에서 차량으로 날라다 급식을 한다. 그런데 배식이 끝난 뒤 빈 용기를 차에 싣는 일을 하는 아이가 바로 2학년 성걸이다. 물론 몇몇 아이들을 붙여 주지만 녀석들은 더러 잊어버리는 일도 있다.

성걸이는 다리가 불편하여(태어날 때 난산 때문이라 함) 걸음걸이가 매우 힘들고 시력조차 극히 나빠 맨 앞자리에 앉아도 흑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 성걸이가 지난해 급식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 처음 운전기사 아저씨가 혼자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여 도와 드리기로 했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은 성걸이가 그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걱정도 되고 속도 상하고 하여 간곡하게 만류했는데 그 때마다 한번 시작한 일인데 끝까지 하겠다고 고집한다고 한다.

또 하나, 성걸이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한마디로 차 박사다. 그래서 카 센타를 경영하는 게 장래 꿈이란다. 본교의 거의 모든 선생님이 한번씩은 성걸이의 자동차 강의(?)를 듣거나 차량 관리 소홀에 대해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스승의 날에는 내 차에도 도어 손잡이 보호장식물을 달아 주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단돈 1천원이 내놓기 어려운 것이고, 바쁜 사람에게는 30분의 시간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면 몸이 불편한 성걸이는 어쩌면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 없이 내놓은 것이다. 진정한 나눔이란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이 아닌 가장 필요로 하는 자기 몫을 떼어 주는 것이 아닐까? 남는 것마저 나누지 못하는 세태가 아쉽게 여겨진다.

요즈음 복지기관의 자선 창구에 찬바람이 분다고 한다. 우리들 저마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하지만 진정 부족한 것은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오늘 따라 성걸이가 더욱 크게 보이고 나 자신이 성걸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배우는 존재로 인식된다.

경주 아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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