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노출 무방비,'몰카가 두렵다'

입력 2000-12-04 12:40:00

'혹시 내가 애인과 은밀히 데이트하는 장면이 몰카에 찍힌건 아닐까' '사무실이나 식당 한켠에서 화장하는 모습, 밥먹을 때의 보기 흉한 모습까지 누가 훔쳐 보고 있지나 않을까' '목욕탕.화장실까지 몰카가 훔쳐본다는데 혹시 이곳에선?'

몰래카메라로 알려진 CCTV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도를 넘고 있다. 처음 고객안전과 도난방지용으로 등장한 CCTV가 급속히 각종 범죄와 빗나간 '엿보기'의 도구로 변질, 사생활의 은밀한 장면을 찍어 비디오테이프나 CD로 유통시키는 사회적 흉기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생활침해, 인권침해를 넘어 개인을 파멸시키는 갖가지 폐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몰래카메라의 유통, 설치, 사용에 대한 규제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대구시내 객실 20개 이상 '갑'급 여관 300여개 대다수는 4~8개씩의 몰래카메라를 여관복도와 주차장에 설치하고 있으며, 일부는 객실까지 설치 의심을 받고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목욕탕, 엘리베이터, 버스, 역, 공항, 슈퍼마켓, 백화점, 비디오방, 공공시설, 주택가, 주차장, 호텔 정문, 예식장, 다방 등을 포함 전혀 예상 못하는 골목길에서까지 CCTV가 돌아가며 출입자의 모습을 테이프에 담고 있다. 한 경비업체에 따르면 보통의 사회생활을 하는 시민의 경우 하루 평균 5번 가량 CCTV에 잡히고 있다.

대구시내 대다수 전기설비업체나 교동 전자상 등지에서 팔려나가는 몰래카메라는 갈수록 소형화, 지능화해 360도 회전에 줌기능을 가진 카메라는 물론 디지털영상감시(DVR)카메라 등도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소형은 20만∼40만원대의 소형 몰래카메라까지 성행하고 있지만 이의 유통과 설치,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는 전무, 경찰은 사생활침해와 범죄 신고가 있는 경우에만 나서는 '제한적 사후' 단속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주부 장모(27.달서구 송현동)씨는 "시중에 몰래카메라로 찍은 은밀한 테이프가 나돈다는 얘기를 듣고 다중시설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목욕탕에 가기가 께름칙하고 겁도 난다"면서 "정부가 몰래카메라의 설치를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CCTV 관련법이라고는 30대 이상 자주식 주차장에 설치해야한다는 주차장법 이외는 없어 유통과 사용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설치하는 사람의 양심에 맡길 도리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여당은 지난 3월 '몰래카메라,도청 등 사생활침해방지 대책수립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제도 마련' 등의 정보통신분야 공약만 발표한 뒤 여태 별다른 규제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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