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흐른다'남북이산가족 2차상봉은 통곡으로 시작해서 눈물로 일관했던 1차 상봉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이뤄진 단체상봉에서는 50년만에 재회한 가족들이 만나기 무섭게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부둥켜안는 장면이 여지없이 재현되긴 했지만 이내 화기애애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됐다.6·25 전쟁중 증조부댁에 심부름 보냈다가 잃어버렸던 아들 정재갑(66)씨는 어머니 안준옥(88)씨가 가슴에 꽃을 달아주자 "결혼식 하는 것처럼 좋네요"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이에 어머니는 "이놈아, 결혼하는 것보다 에미 만나는게 더 좋지 않느냐"며 농으로 받을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다른 가족들 역시 이따금 오열 속에서도 대부분 침착하게 지나간 세월을 되짚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급격한 흥분으로 쓰러져 잠시 상봉장밖으로 실려나가는 할머니도 있었던 1차 상봉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어 열린 만찬은 달라진 북측 상봉단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술이 한 순배 돌고 만찬이 무르익자 리용재(66)씨가 '우리의 소원'을 선창하고 참석자들이 합창한 것을 시작으로 '아리랑' 등이 연달아 터져나와 '노래자랑'을 방불케했다.
할머니들은 어깨춤을 추며 흥을 돋궜다.
5명 상봉인원 제한때문에 가족들이 돌아가며 상봉장에 들어가는 '릴레이 상봉'이 사실상 무제한 허용된 것도 북측의 유연성이 엿보이는 점.
지난 상봉때는 북측이 이를 놓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개별상봉 대기장인 롯데월드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 200여명에 가까운 가족들이 추가 대기할 만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북측 방문단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비교적 선선히 대답을 하는 것은 물론 나서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려 드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을 제지하는 남측 경비 관계자들의 경직성이 오히려 대조적이었다.
만찬을 마치고 숙소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로 돌아온 북측 방문단은 또 방문밖으로는 여간 나오지 않던 1차 상봉때와는 달리 밤늦게까지 호텔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반코트와 양복, 넥타이, 개량한복 치마 등으로 차려입은 옷차림 역시 한결 멋지고 세련됐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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