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노조 파업명령 배경

입력 2000-12-02 00:00:00

한국전력 노조가 1일 오전 갑작스럽게 전 조합원에게 '4일 오전 8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라'는 파업명령을 내린 것은 향후 협상에서 더이상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노조는 지난 24일에 이어 29일 자정 두번째로 전면 파업을 유보, 전력대란의 고비는 넘겼으나 노조원들로부터는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한전 노조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달 30일 밤 집행부 회의를 갖고 파업명령을 내려야 할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인 끝에 파업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강경 방침 선회는 파업명령 내용에서도 감지된다.

노조는 지난달 29일에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원자로 조종요원 300명과 대국민서비스 고장수리반은 48시간 파업을 유보하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이번에는 "24시간만 파업유보하라"며 대기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여기에는 정부와 한전 경영진이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파업방법으로 지난번에는 노조원들이 결속해 사업장을 이탈할 수 있도록 이른바 '투어 파업'을 지시했으나 이번에는 일단 서울로 집결하라고 명령하는 등 강도를 한층 높였다.

그러나 그동안 두차례 파업유보를 겪은 노조원들은 집행부의 결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조합원은 "두차례에 걸친 파업 유보로 노조원들이 집행부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집행부가 다시 파업여부를 운운해도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파업참여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두차례 집회에 참석했는데 집행부가 파업유보 결정을 내려 찬물을 끼얹었다"며 "집행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의 한 간부는 "노조가 파업이 초래할 경제, 사회적 부담과 파업강행으로 쏟아질 여론의 질타를 견디기 어려워 두차례나 파업을 유보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파업돌입 카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산자부 관계자는 "한전 노조가 파업유보 결정에 따른 조합원 반발을 잠재우고 3일까지로 예정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법안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노조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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