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발표한 '방학 기간 자율 조정'과 '주 5일 수업제'는 국제적 대세를 따른 조치로 보이지만 우리의 여건으로는 우려되는 점들이 적지 않다.
이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 새학기부터 초.중.고 교장이 여름.겨울방학 외에 어느 때나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고, 먼저 전국 33개 학교가 매주 토요일에 쉬는 주 5일 수업 실험학교를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그 골간으로 긍정적인 면이 적지는 않다.
우선 지역별.학교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짜였던 학교의 연간 계획이 학교.학생.학부모의 필요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세워질 수 있다. 주 5일제 수업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고 생활에 여유를 갖게 하며, 과중한 수업부담을 안고 있는 교사들에게도 연구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가족과 사회와의 공유 시간을 늘림으로써 학교에 편중돼 있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학교.가정.사회의 연대 구조로 넓혀준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적 의미는 제도 도입만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우므로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만 한다.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총점검, 수업 일수 줄이기와 관련한 교과관 재구축과 교육과정의 개정, 사회의 풍부한 교육 기반 조성,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모 자녀들에 대한 배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선행 요건들이다.
학교별로 방학이 저마다 다를 경우 행정적 혼란이 야기되고, 형평성 시비도 일 수 있다. 학생들이 놀이시설.문화시설 등 남은 시간을 활용할 여건이 미흡한 상태에서 주 5일 수업제가 확대 실시된다면 학생 지도의 공백을 부르거나 과외.학원 수강 등 사교육비를 늘려 계층간의 위화감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더구나 학벌 사회와 그에 따른 대학 입시 과열 경쟁 등의 가치관과 학교.가정.사회가 공동으로 교육을 책임진다는 의식이 바뀌어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이미 주 5일 수업이 정착됐으며, 일본도 1973년 이 제도를 검토한 이후 1992년 9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 2002년에는 전면실시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0년에 걸친 단계적 도입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관점보다는 경제.노동의 원리를 우선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졸속으로 입안.시행된 교육정책들이 교육 발전에 얼마나 큰 장애가 되고, 학생들을 얼마나 헤매게 했는지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이번 개정안의 시행도 여건 조성과 함께 가치관 전환의 바탕 위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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