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연구 35년의 자화상

입력 2000-11-28 14:34:00

'곤충기'를 쓴 파브르 이래 여러 학자들을 거쳐 제인 구달은 현저한 업적을 이룬 대표적 동물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65세의 자애롭고 강인한 이 여인은 아프리카에서 35년간 침팬지 연구에 전념, 인간과 유사한 이 동물에 대해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을 발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동물학자 이전에 앞서 살았던 다른 어느 동물 연구가보다 더 동물들과 교감하고 그들을 사랑했던,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간이기도 하다.

'희망의 이유'(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궁리 펴냄, 352쪽, 1만원)는 동물, 침팬지와 함께 한 그녀의 삶과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34년 영국 남부의 해안 빈머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때 부터 '타잔'이나 '정글북'을 읽으면서 밀림의 동물들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워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곤충과 동물을 사랑하는 그녀의 영혼을 이해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훌륭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어릴 때 바다 달팽이를 집에 갖고 왔다가 살지 못할 것이라는 가족의 말에 발작적 반응을 일으켜 서둘러 바다에 되돌려 보낸 일이라든지, 암탉이 알을 낳는 걸 보기 위해 4시간 동안 닭장에 숨어 있었다든지 하는 일화들은 그녀의 성향을 잘 말해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1957년, 드디어 아프리카에 간다. 평소 타잔 영화를 보며 '내가 타잔 애인인 제인보다 동물을 더 잘 돌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지녔던 그녀는 루이스 리키 박사의 비서로 일하며 동물 연구에 착수했다. 침팬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그녀의 연구는 곧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금발의 젊은 미녀가 동물 연구에 나선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타잔 영화를 빗대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그녀의 연구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짓는 등 찬사와 부정적인 시선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 자신도 처음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침팬지 연구는 결국 35년간 계속됐다. 그리고 침팬지가 고릴라.오랑우탄과는 많이 다르며,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가족 의식을 지닌 존재임을 확인 시켰다.

세계적 동물학자로 평가받게 된 그녀는 지금은 세계 각 국을 돌아다니며 침팬지의 복지 향상,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책에는 흥미롭고 감동적인 삶의 여정과 함께 인간과 자연, 동물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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