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에 멍드는 아시아

입력 2000-11-27 14:00:00

지구가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하라를 비롯한 기존 사막들이 점차 영토를 넓혀가고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우림지역마저 과도한 벌목과 그릇된 경작, 기후 변화 등으로 점차 사막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심각하다.유엔환경계획(UNEP)는 지난 10일 아시아의 사막화 위기를 더 이상 간과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UNEP의 좥지구환경전망 2000'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시아 토지의 절반이 농작법의 실패, 남벌, 과도한 방목, 기후 변화 등으로 농업 생산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각한 지역은 시리아의 사막 언덕, 네팔의 심각하게 침식된 산악 경사지, 과도한 방목과 벌채가 이뤄진 라오스의 고지대 등이다. 이들 지역은 사막화로 치닫게 된다.

사막화는 지표를 덮고 있는 얇은 토양층을 깎아버려 농업 생산력을 빼앗아 버리며 결국 식량 부족과 가난을 불러온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지역. 이들은 아시아 토지 면적의 30%에 의지해 살고 있다. 특히 전세계 가난한 인구 중 4분의 3이 아시아에 살고 있고 그들 중 3분의 2가 농촌지역에 거주한다.

문제는 아시아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9월 UN은 지중해 연안의 상당한 토지 면적을 앞으로 50~75년 이내에 사막화로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토지 사용 변화와 기타 인간활동에 따른 현재 침식 속도에 추정한 값이다.아마존 유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림 벌채는 전지구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현재 속도로 벌채가 진행될 경우 2050년엔 북반구 서부지역에 심각한 기후변화가 발생할 전망이다. 미국 남동부지역과 유럽 서부지역에선 강수량이 크게 증가하는데 반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극심한 수자원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

아마존 열대우림은 매년 5만㎢씩 줄고 있다.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50년 내에 브라질 크기의 숲이 사라진다. 이는 기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숲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 엄청난 양의 수분은 구름을 형성하고 비를 내리게 한다. 숲이 없어지면 대기 중으로 유입되는 수분량이 줄고 결국 아마존 지역의 강우량을 감소시킨다.

정작 두려운 것은 이런 영향이 아마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 아마존의 파괴는 지구 규모의 대기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림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아프리카나 인도 열대지역까지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강수량의 급격한 변화로 나타나며 일부 지역은 홍수, 다른 지역은 가뭄 피해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얼마 전 서인도제도의 아름다운 섬 아이티(Haiti)가 사막으로 변할 지 모른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다. 아이티는 아직 주연료로 목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반구에서 삼림 벌채가 가장 심하게 일어나는 곳. UN 조사에 따르면 아이티 국민 중 약 70%가 아직 목탄을 연료로 쓰고 있다. 숯 연료는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

아이티 삼림은 지난 수 십년간 파괴돼 왔지만 벌채와 산불, 농장 개간 때문에 삼림 파괴속도가 90년대 들어 훨씬 가속화됐다. 매년 약 1천500만~2천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결국 아이티가 카리브해 근방에서 최초의 사막 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는 실정이다. 최근 발간된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티의 삼림 파괴는 이미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전지구적인 사막화가 진행되자 세계 각국은 삼림 보전 및 사막화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현재 중국, 이란, 요르단, 카자흐스탄, 레바논, 몽골,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예멘 등에선 국가 차원의 실행계획이 수립돼 진행되고 있다. 유럽 환경국, 이탈리아 응용기상학재단은 사막화정보시스템(Desertification Information System)을 설립했다. 사막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과학자들과 특수연구소, 지중해 연안국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가뭄저항성 작물 도입, 연료용 벌목을 막기 위한 에너지원 다양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국토의 약 27%가 사막화 영향을 받고 있고 매년 2천500㎢ 이상의 토지가 사막화되고 있는 중국은 필사적이다. 이 지역에 거의 4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중국에 끼치는 경제적 손실은 연간 6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국무원이 최근 발표한 '전국 생태환경 건설계획'은 50년간 사막화를 막기 위한 조림 목표를 담고 있다. 우선 2005년까지 삼림 면적을 1천150만ha로 늘리고 삼림 피복율을 18·2%까지 높이는 것을 1차 목표로 했다. 궁극적으로 2050년까지 산림 녹화가 적절한 지방 전역에 나무를 심거나 초원을 가꿀 계획이다. 또 토양 유실, 모래바람에 의한 침식, 토양 알칼리화 등이 진행돼 생태계가 취약해진 지역을 대상으로 생태계 개선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사막화의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고 30년 후엔 사막화 면적을 축소시키며 2050년엔 사막화 정비를 완료시킨다는 '전국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사막화된 기후에서 살 수 있는 식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사는 유프로티카 포플러 나무로부터 건조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유전자인 'BspA'를 분리해 내는데 성공했다. 유프로티카 포플러는 사막의 건조한 기후에서 염분이 높은 물로도 번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른 포플러에 유전자를 이식한 결과 성공적으로 사막 기후에 적응했으며, 극한의 건조기후와 높은 염분을 견딜 수 있는 채소, 과수 품종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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