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캠프워커 기름유출 원인규명

입력 2000-11-24 00:00:00

대구 캠프워커 기름유출사고를 비롯해 올들어서만 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 원주 캠프이글 기름유출 등 미군부대의 환경오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SOFA의 환경조항 신설이 더 시급해졌다.

이는 전국에 산재한 미군부대에서 각종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해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묶여 명확한 원인규명이나 원상회복이 어려워 흐지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발생한 캠프워커 난방용 기름 4천갤런(75드럼) 유출사고는 부대내 오수처리장 등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가 주변지역의 토양·수질오염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측은 원인조사는 물론 재발방지책마저 미군측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미19전지사령부 공보실장 웨이드 소령과 시설·보수책임자인 에스코버씨는 23일 "기름유출은 6,7일 전부터 발생했으나 유출사실은 22일 오전10시 기름탱크 잔류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사고원인은 난방용기름탱크에서 50m가량 떨어진 기름파이프 이음매 부분이 노후해 차량중량으로 손상되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웨이드 소령 등은 또 "유출된 기름은 관로를 따라 주변 지반에 스며들었으나 부대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며 파이프 손상지점에서 300m거리의 부대경계지점 오수처리장의 수질분석 결과 유출정도가 미미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미군측 설명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직경 15㎜정도의 얇은 파이프의 손상만으로 6, 7일만에 4천갤런이라는 엄청난 양이 새 나올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고원인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미군측이 오수처리장의 수질분석방법과 수치에 대해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23일 오후까지 오수처리장에서 기름냄새가 심하게 풍긴 점도 부대밖 기름유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구시와 대구환경청, 남구청,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은 사고현장에서 별다른 조사를 벌이지 못한 채 미군측의 사고경위만 들었다.

이에 대해 배종진 미군기지되찾기대구시민모임 사무국장은 "미군측에 사고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고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잇따른 환경오염사고에서 미군의 일방적 조사를 탈피해 명확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서는 환경조항을 집어넣는 SOFA개정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재용 남구청장도 "미군측이 유출사고를 확인한뒤 11시간만에 환경부에 통보하고 대구시와 남구청에는 하루가 지난 뒤 알려주는 등 늑장 대처했다"며 "SOFA를 시급히 개정해 미군부대 환경오염사고시 긴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염된 토양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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