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은 금물이나 비관은 더 나빠'문시장, 슬기로운 대처 당부

입력 2000-11-23 12:29:00

문희갑 대구시장은 내년이면 예순다섯이 된다며 꺼리던 나이 얘기를 끄집어냈다. 몇년전 회갑을 맞았다는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던 그가 새삼 나이를 거론한 이유가 궁금했다.

계절탓인지, 나이만큼 '어른 대접'을 못받았다는 섭섭함을 표시한 것인지... 그러나 아무래도 민선시장 취임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역 여론 및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지역경제 상황과 관련, 소신과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문 시장의 지역경제에 대한 인식이 시민정서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자 "시장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고 되받았다.

"낙관은 금물이지만 지나친 비관은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일본을 들었다. 일본 국민들이 경제사정을 비관, 소비를 더욱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바람에 일본경제가 계속 침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우리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노조의 저항과 선거를 의식해 기업과 금융구조 조정을 우유부단하게 처리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시장은 우방 부도와 삼성상용차 퇴출 등에서 자신에 쏟아지는 비난여론과 관련, 그는 "결코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방 이순목 회장의 건의사항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과 우방회생을 위한 금융지원 논의과정을 소상히 소개했다.

삼성에 대한 특혜시비에 대해서도 그는 "특혜 리스트가 있으면 가져오라"며 단호히 부인했다. 이어 "모두 이전 시장 임기때 일이며 내가 한 것은 한가지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의 삼성 불매운동과 문 시장 퇴진 주장에 대해선 "가슴 아프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대구사랑운동'을 펼치는 한편 시민단체들을 시정에 참여시키며 존중해왔는데 오히려 삼성과의 유착설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로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금지돼 삼성이 당초 상용차에 투자키로 한 1조5천억원이 투자되지 않았고 결국 퇴출됐다"며 "시민들 못지않게 나도 허탈하다"고 말했다. 삼성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슬기로운 대처'를 당부했다.

시민단체들의 삼성불매운동 동참 요구와 관련, "삼성상용차 직원 고용승계, 부품업체 구제, 상용차 A/S, 대체산업 유치 등을 내다봐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상용차 부지 16만평에 대체산업을 유치할 회사가 삼성밖에 더 있느냐"며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문 시장은 삼성이 신규 및 증설투자때 대구를 우선 투자지로 고려하도록 하고 연구소 설립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또 "삼성상용차 퇴출뒤 곧바로 불매운동을 펼치고 고 이병철 회장을 '밀수 원흉'으로 몰아부치니 삼성측이 섭섭해하는 것같다"며 "삼성에게도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은 분노하더라도 시장은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을 설득했다.

대구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선거를 다섯번이나 치른 조직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어 누가 욕하는지 알고 있다"며 "각 분야에서 갈등과 반목을 일삼고 있는 인사들을 배척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민층을 비롯, 입달린 사람은 모두 대구경제를 모두 파탄상황으로 본다고 다시 지적하자 "지역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첨단섬유패션산업.첨단기계산업.생명공학산업으로 대구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한편 검단동 물류단지를 유치하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민들의 비난여론이 비등한데도 문 시장의 소신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부러졌으면 부러졌지 휘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측근들은 문 시장이 요즘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전했다.

예정보다 긴 1시간20분간의 인터뷰를 마치자 시장 집무실 건너편 인도에서 문 시장 퇴진과 삼성 불매운동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인사들도 해산하고 없었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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