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발 금융위기설 모락모락

입력 2000-11-21 14:37:00

대만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 내년초 금융위기설이 유포되는가 하면, 총통 추문설이 불거지고, 양안관계를 둘러싸고는 야당의원이 직항을 기도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금융위기설='내년 금융위기설'은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제기한 뒤 대만의 전직 재정부장도 가능성을 경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때 강세로 돌아섰던 증시 가권지수는 20일 다시 5천선 이하로 떨어져 4천800대로 내려 앉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근간호에서 정국 불안, 증시 부진, 막대한 규모의 은행 부실 채권, 부실은행 합병 전망 불투명성 등 때문에 내년 음력 설을 전후해 대만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대만이 작은 규모의 아시아 금융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재정부 등 대만정부는 보도 내용을 잇따라 반박하고 있으며, 옌칭장(顔慶章) 재정부장은 "대만은 절대로 금융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월까지 재정부장을 맡았던 국민당 치우정슝(邱正雄)씨는 15일 국민당 중앙상무위에 출석, "내년에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예기치 않았던 어려움까지 닥칠 경우 대만의 금융 부문이 일촉즉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 후 반년만에 증시.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자금유출 및 투자증가율 급감 등 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돼, 앞으로 1~2년 내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제전문 다우존스 통신은 "대만의 금융위기는 심각한 것"이라며, 정부가 부인만 해서는 위기가 커지므로 금리 인하와 통화절하를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정정 불안으로 외국 증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신용 경색이 두드러지고 대만화 가치가 급락했으며, 대만 기업들이 기채한 돈을 주식시장에 과도하게 투자함으로써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본토 과잉투자도 문제로 지적됐는데, 대만업계는 지금까지 본토에 약 500억 달러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가 몇가지 기업 지원 대책을 시행했으나, S&P는 "이런 조치가 오히려 금융부실 해결을 늦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총통 추문=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29) 총통부 고문의 스캔들 의혹이 불거져 총통 탄핵 정국에 또다른 회오리를 만들었다.

이 스캔들은 지난 14일 친민당의 한 의원이 입법원에서 처음 제기했다. 이때는 총통부와 집권 민진당은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대만 주간지 '신신문'(新新聞) 16일자가 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바로 뤼슈렌 부총통이라고 보도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는 집권당 내에서도 균열이 가고 있다는 이야기인 것.

보도 이후 뤼 부총통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이 나를 몰아내기 위해 정치적 음모를 꾸몄다"고 관련설을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야당도 "부총통과 샤오 고문은 책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만의 주요 언론은 그동안 총통 탄핵에 미온적 입장을 취해 온 국민당 리덩후이 전 총통이 점차 강경파 지지 쪽으로 선회 조짐을 보여, 총통 탄핵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핵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으로 탄핵 위협에 시달려 온 천 총통은 이번 스캔들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샤오메이친은 뤼 부총통의 비서로 일했으며, 능력을 인정 받아 민진당 사상 최연소 나이로 국제사무부 주임(국제부장)에 임명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재원이다.◇양안 관계 혼란=야당의원 10여명이 지난 17일 오후 선박편으로 대륙 직항을 강행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대본토 전략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들 의원 10명은 중국 푸젠(福建)성과 마주한 최전선 참관차 진먼다오(金門島)에 갔다가 배를 타고 약2㎞ 떨어진 푸젠성 샤먼(廈門)까지 항해를 강행했다가 기상 악화와 엔진 고장 등으로 중간에서 되돌아왔다. 의원들은 당국의 저지도 무시한 채 '양안 평화' '출항 축하' 등을 외치며 항해에 나섰다.

이런 한편에선 국민당 우보슝(吳伯雄) 부주석이 집권 민진당 쉬신량(許信良) 전 주석 등 일행 40명과 함께 같은날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우 부주석은 1949년 내전 이후 본토를 방문하는 국민당 최고위 인사이다. 일행은 12일간 머물면서 베이징(北京),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등지를 둘러 보고 있다. 그의 이번 중국 방문으로 국민당 롄잔 주석의 방중도 곧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졌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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