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은 내 돈'금융기관 직원들이 고객 예금을 챙겨 달아나는 사고가 잇따라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현상이 심각하다. 심지어 은행 지점장 등 간부직원의 횡령사고까지 터져나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사고는 금융 구조조정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신분에 불안감을 느끼거나 주가폭락으로 손해를 본 직원들이 속출한 탓이지만 느슨하기 짝이 없는 감독체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은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등의 내부 통제장치를 갖고 있으나 정작 대형 금융사고에는 속수무책일 정도로 허술하다.
또 제2금융권은 금융당국 대신 연합회 같은 자체 상부기관을 통해 검사·감독업무를 실시하는 등 사실상 통제가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
대구시 북구 매천동 칠곡2동 신협 간부 2명은 고객예탁금 등 51억원을 횡령해 제 돈처럼 사용했으나 해당 신협은 연간 1, 2차례 실시하도록 돼 있는 자체감사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해 3년간이나 발각되지 않았다.
또 대구지역 농협 여직원은 고객 예탁금 및 지방세 납부금 등 5억6천여만원을 횡령해 주식투자 및 가족 집마련에 사용했다가 구속됐다.
이달 들어 고객의 돈을 빼돌린 대형 금융사고는 줄잡아 7건에 이른다.
그러나 감사실 같은 은행의 내부 통제기구는 이를 적발해 내지 못하거나 찾아내더라도 그냥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대처해 대형사고로 연결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조흥은행 광주 화정동지점장의 경우 지난 10월 불법대출 사고를 냈으나 은행은 내부적으로 수습하려다가 더 큰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2금융권에선 하급 직원이 감사직을 겸임하거나 연합회 같은 상급기관이 금융감독원을 대신해 검사·감독을 도맡는 등 통제기구로서의 형식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아무리 검사·감독체계가 잘 갖춰져 있더라도 직원이 내부적으로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는 어렵고 특히 제2금융권은 그 체계마저 허술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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