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통령 직속의 여성특별위원회가 무려 6개월간의 논쟁 끝에 "온천장에서 남성은 수건을 무료로 쓰고 여성만 사서 쓰도록 하는 것은 남녀 차별"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구성된 특위의 여성위원들이 어떻게든 '여권을 신장 시키기 위해'문제가 됐던 경기도 포천시내 온천장을 6개소나 현장답사후 격론끝에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상상하면 웃음이 절로 나면서도 어쩐지 뒷맛이 씁쓸해진다. 어려운 나라 형편에 모처럼 예산들여 만들어논 특위가 반년넘게 걸려 만들어 내논 회심의 걸작(?)이 이 정도라니…. 공적자금의 혈세를 찍소리 한번 못하고 감내하는 국민된 입장으로 "그런 특위까지 이 어려운 판에 많은 돈 들여 꼭 만들어야 하는감?" 정도의 군소리는 않을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와중에 대학수능시험 출제를 주관한 한국교육평가원 박도순 원장이 수능시험문제를 내년에는 더 쉽게 내겠다고 '튀는'발언을 했다. 이번 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을 잃었다고 아우성이고 400점 만점에 398점을 따도 명문대 시험에 떨어질는지 모른다고 비명인 판에 한술 더 떠 "내년에도…"하고 나서니 참 의연하기가 태산같다. "수능 380점은 합격하고 379점은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변별력을 수능시험의 단순수치로 따질 것이 아니라 능력으로 판가름해야 한다"는 박 원장의 주장이야 교육자로서 나름대로의 시각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시각이 입시생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않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박 원장은 대학입시의 변별력을 수능시험 점수의 단순수치로 따질 것이 아니라 했지만 그렇다면 수능시험 자체를 없애는게 낫지 뭣 때문에 치르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몇년씩 밤잠 안자고 매달려온 수능시험을 두고 출제 책임자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이 정도라면 수험생들의 맥이 탁 풀릴 법하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금융기관이 공적자금을 받아 명퇴금을 지불하는 등 우리 사회는 지금 행정과 정치, 경제 모든 부문에서 무엇이 제일 시급한지 그리고 무엇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분간을 못하는 가치도착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누구를 위해 행정이 있고 무엇때문에 정치를 해야하는지 우선순위부터 따질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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