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내쫓는 철새사랑

입력 2000-11-20 00:00:00

낙동강 주변지역에 도래하는 '겨울의 진객' 철새들을 찾는 일부 철새보호단체 회원 및 사진애호가들의 지나친 탐조활동과 사진촬영이 철새를 되레 쫓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구미시 해평.고아면, 고령군 다산면 일대는 늦가을인 10월부터 시베리아와 중국의 북동부 길림.흑룡강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흑두루미.고니.잿빛개구리매.황조롱이.원앙 등 13종을 포함한 60여종의 철새와 텃새가 이곳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도래기간인 요즘 상당수 철새 보호단체 회원, 사진작가, 언론사 기자들까지 가세해 탐조활동을 빌미로 대형 장비를 갖추고 무리지어 며칠씩 잠복해가며 철새들을 쫓아 다니고 있는 실정.

희귀철새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의 경우 지난 96년까지만 해도 이곳 일대에서200~500마리 가량이 10월 하순~다음해 2월말까지 4개월여 동안 머물렀으나 최근엔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것.

주민 박모(45.구미시 해평면)씨는 "작가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철새들이 주로 안착하는 지점에서 진을 치고 따라 다니는가 하면 대형 카메라 등의 장비를 둘러메고 며칠씩 잠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60.구미시 고아면)씨는 "예전에 평균 2~3개월씩 월동하고 간 철새들이 요즘에는 가끔 맴돌기만 하다가 날아갈때도 있고 아예 일본(이즈미시)쪽으로 직행해 버린다"고 했다.

조류학계 관계자들은 탐조자들의 현란한 색깔의 의복, 공포심을 주는 촬영장비, 야간의 카메라 후레쉬 작동, 시끄러운 소음이 철새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등 휴식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대 박희천교수(생물학과)는 "흑두루미의 경우 특성상 두려움과 경계심이 많아 사람들의 출입이 적고 먹이가 풍부한 습지에 주로 도래, 지나친 탐조활동은 먹이를 먹는 시간을 단축시켜 결국 개체수를 줄이는 결과를 빚는다"고 경고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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