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정 합의 의미와 전망

입력 2000-11-11 00:00:00

의·약·정이 약사법 개정 방안에 합의함으로써 1년 가까이 끌어온 의약분업 갈등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로써 의·약계 합의하에 약사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게 돼 지난해말 시작된 의약분업 갈등과 5개월 가량 진행돼온 의료파업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료계, 약계의 회원 추인 절차와 합의안의 법제화 과정이 남아 있어 사태의 완전 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합의내용 및 의미

▲대체조제 =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의사의 사전동의가 있는 경우나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된 품목에 대해서는 허용토록 했다. 또 의사는 구체적인 사유와 함께 '대체조제 불가'를 표시할 수 있고 동의하지 않은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의 책임은 지지 않도록 했다.

다른 지역 병의원 처방전의 경우 약국 소재 지역의 처방의약품 목록을 기준으로 조제하고 종합병원은 이를 위해 대체조제 상담실을 운영토록 했다.

이는 의약계의 문제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체조제의 범위가 명확해지고 양측의 협조체제로 조제를 위해 약국을 전전하는 불편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처방의약품 목록 = 지역의사회가 지역약사회에 제공, 의약품을 구비토록 하되 품목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품목의 추가, 변경시에는 양측이 협의 조정토록 했으며 이를 위한 의약협력위원회는 자율 운용토록 강제 규정을 삭제키로 했다.

의사회가 통보한 목록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다른 품목을 처방하는 것은 담합의 한 유형으로 보고 규제키로 했다.

의료계는 '약의 선택권'을 확실히 얻어냈고 약계는 처방전 목록을 쉽게 확보하면서 의사의 목록외 처방을 방지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일반의약품 최소포장단위 = 의료계가 7일치 이상을 주장했던 부분으로 일단 최소단위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대로 시장기능에 맡겨본다는 것이다.

다만 제약업계의 소포장 남발로 인한 임의조제 등 의약분업 취지가 훼손될 경우에는 향후 최소단위를 10정 이상으로 정하기로 했다.

▲의약품 분류 = 의·약계의 이견이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조속히 재조정키로 했다. 특히 일반의약품의 범위를 엄격히 하기 위해 기존과는 반대로 일반의약품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는 전문의약품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의료계가 주장해온 단순의약품(OTC) 확대 및 슈퍼 판매는 일단 보류키로 했다.

▲기타 = 약사가 처방전에 의한 조제시 끼워팔기와 진단적 판단에 의한 일반약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반면 처방전 조제시 복약지도 의무와 함께 일반약 판매시에도 복약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 약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의약분업 위법행위에 대한 시민신고포상제 도입 △전자기록을 포함한 조제기록부 작성 및 5년 보관 등도 정해졌다.

▨향후 전망

의료계와 약계 모두 회원들의 추인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여서 최종 합의까지는 변수가 남아있다.

특히 의료계는 이같은 합의안에 대해 전체회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적인 수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경파 개원의들의 반대가 예상되나 직역별 대표가 참여해 이룬 합의안인데다 파업 주도세력인 전공의를 비롯해 교수, 전임의 등이 찬성의 뜻을 비치고 있어 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의안을 토대로한 약사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되면서 파업과 유급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진료와 학업 복귀도 조만간 이뤄져 의료사태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법개정은 정부가 합의안을 토대로 법안 초안을 만든뒤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상정돼 회기내 처리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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