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속정이 뭔지?

입력 2000-11-10 15:03:00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온지도 벌써 17년이나 됐다. 이젠 대구사람이라 해도 될만큼 긴 세월이 지났다. 무뚝뚝하고 화끈하다는 이곳 사람들과 어울려 친구도 사귀고 이웃과도 정나누며 살아온 지금 아직도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흔히 여기사람들이 말하는 '속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속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속정은 그저 자기 마음 속 깊이 간직만 하는 정이란 말인가? 겉정은 뭐고 속정은 뭐란 말인가대부분 이곳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데 인색하고 소극적이다. 어쩌다 하찮은 오해로 친구와 말다툼 하다보면 그들이 항상 하는 말이 "너 같은 서울사람들은 모른다. 우리는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끈끈한 속정이 있어"하고는 나를 속좁은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곤 한다. '언젠가는 그들의 속정이 나타나겠지' 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10년이 넘어 17년이 되어도 아직까지 속정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깊이 박혀있는 속정이라 그리도 나오기가 힘들단 말인가. 내가 타지사람이라 속정을 주지않는 것일까, 나 자신에 문제가 있는걸까 생각도 많이 해보았다.

어쨌든 이 지역 사람들이 표현에 인색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부부사이에서도 그렇고 친구사이에서도 그렇다. 과거 우리는 무뚝뚝하고 말없는 사람이 무게있는 사람이라 하여 그런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 부부사이에서도 적당한 사랑표현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자식과 함께 나누는 관심과 사랑의 표현은 가정의 행복을 가져다 주며,친구들과 나누는 정은 우정을 돈독하게 해준다. 일방적인 사랑이 짝사랑으로 끝나듯 속으로만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정은 의미가 없다. 정이란 어떤 형태로든 표현될때 상대가 느낄 수 있고,서로 나눌 수 있을 때 정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 아닌가.

여기 사람들이여! 이제 그만 그 속정보따리를 풀고 겉정이나마 표현하며 삽시다.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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