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시민들 '왕따'

입력 2000-11-10 14:57:00

지난주 삼성그룹의 삼성상용차 퇴출이 결정되면서 지역에 진출한 삼성그룹 각 계열사 및 소속원들이 시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삼성 직원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삼성 배지를 달고 다니며 삼성맨임을 은근히 과시했으나 이제는 외출할 때면 오히려 배지를 떼내고 신분도 감추고 있을 정도.

삼성 각 영업점들은 삼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비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매출이나 수신고도 줄어 들고 있어 고민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영업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빨리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 삼성화재 한 직원은 "고객을 처음 만나 삼성이라고 밝히면 일부 고객들은 '삼성은 상대하기도 싫다'고 말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견 간부는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 부으며 삼성 이미지 부양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그룹 차원의 해결책이 빨리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 삼성 계열사였던 홈플러스는 아주 당혹스런 처지. 삼성물산이 영국계 기업으로 팔아넘긴 홈플러스의 경우 처음에는 '삼성' 홈플러스임을 홍보에 이용했으나 이제는 삼성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만도 부담스럽다는 입장. '삼성 계열사가 절대 아님'을 만나는 사람마다 홍보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이 홈플러스로 몰려와 삼성 불매운동을 외칠 때도 커피를 대접하며 오해를 풀 것을 읍소했다. '자신들도 삼성에서 퇴출당한 직원이라고'.

홈플러스는 삼성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5% 정도의 매출 감소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홈플러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필요할 때 삼성을 이용하다가 지금와서 외국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속보이는 상술"이라며 "삼성계열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삼성카드 제휴, 삼성라이온즈 팬사인회 등의 관련행사부터 없애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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