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래의 글을 읽고 제도(制度)에 관한 겔렌과 아도르노의 주장을 밝히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되, 반드시 예시문에 언급된 여러 제도 가운데 하나를 택하여 논술하시오.
(가)제도는 인간의 생식과 보호, 생계 유지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형식이다. 그것은 인간 상호간에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요구하며, 다른 한편 안정된 권력이 된다. 제도는 본래 불안정한 존재인 인간들이 서로 견뎌 내고 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찾아낸 형식이다. 제도 안에서 삶의 목적이 공동으로 추구되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며 내적 삶의 안정을 획득한다. 그리하여 제도는 우리가 항상 격렬하게 대립해야 하는 부담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결정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제도는 개인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하며, 개인은 그 제도 안에 편입되어 있다. 따라서 개인은 사실상 사유재산이나 결혼과 같은 제도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행동 양식으로 체험한다. 제도는 그 구성원이 바뀌는 것에 관계없이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것으로 개인에게 의식되며, 개인은 그런 의식을 가지고 직업, 관청, 공장과 같은 제도 안으로 들어온다. 인간이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일하는 형식들 안에서 지배가 형성되고 정신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형식들이 결국은 그 자체로 중요성을 지닌 제도가 되고, 이 제도가 개인에 대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 체제 내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인지, 또 어떤 제도에 그 개인이 편입되어 있는지를 안다면 개인의 행동을 비교적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아놀드 겔렌, (인간학적 연구)
(나)아도르노:인간을 지배하는 제도로부터 비롯된 이 권력은 철학의 용어로 '타율적'이라고 불립니다. 제도는 인간과 맞닥뜨려 있는 낯설고 위협적인 권력입니다. 당신은 불안정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그와 같은 불행을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여 제도의 권력을 용납하게 된 것은 비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도가 변경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에게 중압이 되어 개인을 말살하는 위협적인 것이 되고 마침내는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것이 되는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제도가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 변경될 수도 있는 역사적 발전의 산물인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겔렌:동감입니다. 가족, 법, 결혼, 사유재산 등과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제도나, 경제는 역사상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언젠가 해체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도르노 : 오해하지 마십시오. 나 역시 어떤 점에서는 제도를 옹호합니다.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인간을 지배하는 제도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겔렌: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안전의 관점을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제도는 인간이 스스로 멸망할 수도 있는 것을 막고 인간이 서로 해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유는 제한되지요. 그러나 혁명가들은 계속 있었습니다.
아도르노:당신이 강조하는 것처럼, 인간이 제도 아래에서 갖는 책임이란 순응과 복종의 형태를 띨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자기 실현의 가능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책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잠재해 있는 인간 실현의 가능성을 방해하는 것에 맞서는 것이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제도에 대한 순응은 인간을 기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지요. 인간의 잠재력은 제도에 의해서 억압되고 불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겔렌: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많은 제도가 무너지고 없어졌습니다. 그 결과는 인간의 전반적인 내적 불안정입니다. 제도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에 나는 찬성입니다. 인간은 제도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새로 시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아도르노:그건 나도 인정합니다. 내 견해는 다만 그로부터 얻은 성과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오늘날 기계 장치의 한 부속품이지 자신을 지배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인간이 더 이상 쓸모 없는 부속품이 되지 않도록 인간을 위해서 제도가 존재하고, 인간이 만든 제도를 위해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그렌츠, (아도르노의 철학) 중 'A.겔렌과 T. 아도르노의 논쟁'
▨응모 요령
글의 길이는 빈칸을 포함하여 1,500자 안팎(±150)이 되게 할 것.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원고마감 일자:11월 18일(토요일)우편으로 응모할 경우 봉투 겉면에'제65차 학생 논술 응모'라고 반드시 쓸 것.
주소: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 71 매일신문 논술 담당자 앞 (우) 700-715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 166 일신학원 논술 담당자 앞 (우)700-412
학교와 학년, 집 전화번호를 밝힐 것.
당선작은 본지에 강평과 함께 게재.(상장과 부상은 학교로 우송함)
※인터넷으로도 원고를 접수합니다.
매일신문- kjk@imaeil.com
일신학원- ilsin@ils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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