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변화'를 거부하는 형인가, 아니면 적극 수용하고 대비하는 형인가? 만약 변화를 거부한다면 당신은 미래의 적(敵)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좌우의 대립을 넘어서서 사회적 변화를 거부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모두 미래의 적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이미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론'과 '변화론'이라는 새로운 범주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버지니아 포스트렐의 '미래와 그 적들'(이희재 옮김,모색 펴냄)에 따르면 안정론자와 변화론자는 단기 정책상의 몇가지 문제뿐 아니라 세계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며 이 두 부류의 성향을 통해 현대사회의 지형도를 분석하고 있다.
'포브스'의 컬럼니스트이자 '이성(Reason)'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질서를 존중하는 복고주의자, 중앙통제를 강조하는 테크노크라트, 그외 다수의 환경론자들을 안정론자로 분류한다. 이들 복고주의자들은 변화를 바라지 않으며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고, 구미에 맞지 않는 변화는 아예 싹을 잘라내려고 한다.
반면 변화론자는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부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모험과 실험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남들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기술이민의 문호를 넓히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첨단 기업경영인들, 검열을 두려워하는 예술인, 자녀를 자기 손으로 가르치려는 사람들, 생명공학 연구금지에 반대하는 과학자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수입상들, 극우 논조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려 드는 언론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변화론자의 특징은 시장, 과학, 민주주의를 신봉한다. 더불어 이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숨은 지식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포스트렐은 환경주의자 제레미 리프킨,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슈마허,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 앨 고어 차기 미국 대통령후보 등을 모두 미래의 변화를 가로막는 안정론자로 간주한다. 환경주의자를 비롯 시민운동의 보수성까지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목이다. 반면 기업인과 예술가, 과학자와 법이론가, 문화분석가와 컴퓨터 프로그래머 같은 변화론자들은 인간의 행동에 족쇄를 채우는 모든 기도에 저항하는 진정한 의미의 진보주의와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부류라고 강조한다. 포스트렐은 안정론과 변화론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이미 우리의 정치적, 지적, 문화적 지형도를 규정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우리 시대의 핵심적 화두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분석해낸다. 비록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미국사회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세계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를 안정론과 변화론에 입각해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현상 등을 진단해본다면 흥미가 더 할 것 같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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