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실기업판정 발표로 2차기업구조조정의 출발신호가 올랐지만 이미 1차부도가 난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불투명한 자세와 현대 정몽헌 회장의 일관성 없는 태도 때문에 또다시 시장의 혼미가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매각처분에 실패한 대우차의 1차부도처리로 시장불안이 가중되면서 경제의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이 흡사 김영삼정권 말기를 연상케해 여간 심상치 않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이 너무 과도하게 걱정한다지만 한보.기아사태 등에서 정부가 기민하게 수습을 하지못하고 우물거리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3년전의 불행이 재연되는 느낌이다.
이번 부실기업판정 과정에서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판단은 연말까지를 시한으로 현대가 시장이 받아들일만한 자구안을 내지않을 경우 법정처리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뒤이어 이같은 태도가 바뀌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에 대해 경영진 교체를 전제로 하는 감자 및 출자전환을 요구했다가 정씨일가의 지원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킬 것을 기대하는 등의 일관성 없는 자세를 드러낸 것은 정부와 채권단의 확고한 판단을 의심케 한다. 물론 정부로서는 현대건설과 같은 거대기업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국내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장을 우려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지 무려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이 회사의 경영실태에 대한 다각적 검토를 통한 확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정몽헌 회장의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도대체 현대건설이란 기업은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인지, 또 이 기업의 미래가치도 충분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게다가 현대그룹의 자구안이나 정회장의 사재출연만으로 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지, 현대상선의 보유주식매각에 의한 현대건설 지원이나 정씨일가의 사재지원 등이 경제논리는 물론 법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며 이를 시장이 받아들일지도 불분명하다.
정부와 채권단의 이런 태도에 무책임하게 해외에 장기체류하다 돌아온 정 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의 감자 및 출자동의서 제출요구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자구안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한심할 따름이다. 국민경제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처리에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위태롭다. 현대문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원칙대로 처리하고 대북문제 때문에 주저한다면 더 큰 일을 저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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