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퇴출 지역업계 앞날

입력 2000-11-04 15:10:00

퇴출기업 발표는 섬유, 건설, 자동차부품 등 대구·경북지역 주종산업에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섬유업계는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며 이번 결정에 많은 아쉬움과 실망을 나타내고 있고 자동차부품업계는 자동차산업벨트 무산으로 전반적인 침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는 그나마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이다.

섬유

회생판정을 받은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으나 섬유업계 전반적으로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무리한 설비경쟁과 과잉생산으로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퇴출기업 선정이 시장질서 재편의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했으나 무위에 그치자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걱정.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이 이자부담이 줄어든 상태에서 업체를 운영,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들과 비교할 때 훨씬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사업계의 경우 재고가 넘쳐나 20% 자율감축에 들어갔을 정도로 과잉생산이 문제가 돼 있는 상황이다.

정상경영을 해온 구미 모 화섬업체 관계자는 "업계의 물을 흐렸던 업체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를 바랐으나 모두 살아났다"며 "채권단이 업종 자체의 산업전망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퇴출 발표로 섬유업계의 자율통합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 1일 출범한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화섬 통합법인 '휴비스'처럼 업체의 인수합병이나 흡수통합이 급격한 흐름을 탈 공산이 크다.

건설

청구, 우방은 이미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고 서한이 이번에 법정관리 대상 기업으로 분류됨에 따라 지역 건설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시장경쟁 원리가 자연스럽게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

올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화성산업과 지금까지 어려움을 견뎌가며 정상 경영을 해온 영남건설, 태왕 등은 관급공사 수주 및 아파트 분양 등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건설업 자체의 시장상황이 바뀌지 않고 있어 당장 건설업 활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건설업계는 이번 기회에 제비뽑기식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수주를 공사실적이 아닌 운에 맡기는 현재의 무제한 입찰방식이 지속되는 한 업체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고 업계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건설업체 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중대형 업체는 부도 등 경영난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모순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입찰제도의 문제점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삼성상용차가 퇴출기업에 선정됨에 따라 대구·경북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은 상당한 침체가 예상된다. 현재 지역에서 전적으로 삼성상용차에 납품하는 업체는 50여개사. 이들 대부분은 납품처를 잃게 됐다.

여기다 현대, 대우 등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앞으로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까지는 특정 업체의 부품을 사용해왔으나 앞으론 범용성 부품을 늘리는 경향이다. 이 때문에 지리적으로 완성차 업체에서 멀리 떨어진 대구지역 부품업체들은 앞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구시는 당초 삼성상용차와 구지 쌍용자동차 공장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벨트를 구축, 지역 완성차 업계에서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제 완전히 무산돼 버렸다.

업계에선 그나마 대구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