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역사스페셜 토우, 신라인의 사랑과 진실

입력 2000-11-04 14:01:00

높이 5㎝에 닮긴 신라인의 삶. 토우(土偶)에 대한 이야기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성행위를 하는 한쌍의 남녀. 멧돼지를 비롯해 호랑이 사슴, 뱀과 개구리, 새. 심지어는 개미핥기도 토우에 등장하고 있다.

고구려가 벽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알렸다면 신라는 토우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알리고 있다. 1천500년전 신라인의 삶과 사랑을 보여주는 타임캡슐 역할을 하고 있는 셈. KBS 1TV 역사스페셜은 4일 오후 8시 '토우, 신라인의 사랑과 진실'이란 제목으로 신라토우에 얽힌 진실을 벗긴다.

신라 토우는 신라가 고대국가로 발돋움하던 4~5세기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무덤속에 부장된 토제 인형으로 일제때부터 지금까지 수백점의 토우가 경주의 무덤속에서 발견됐다. 신라 토우는 불교가 들어오기전, 당(唐)나라 등 외래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우리 것이란 점에서 한반도 고대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1975년 경주 고분군에서 출토된 장경호(長頸壺·목이 긴 항아리).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에서부터 여러 동물의 모습을 담은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우가 나왔다. 이 가운데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있었다. 한쌍의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 신라 토우는 남녀의 성교장면을 다양하고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성문화'를 연구하는데 기초자료가 되고 있다.

신라금(新羅琴)의 모습을 알린 것도 토우. 우리나라에 가야금이 전래된 시기는 6세기중엽이다. 삼국유사엔 신라의 악기가 이미 2~3세기부터 등장하고 있다. 풍류와 예술을 즐겼던 신라인들은 가야금 전래 이전 이미 신라 고유의 악기 신라금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고인을 위한 부장품이었던 토우엔 뱀, 거북, 용 등 영생을 기원하는 동물들도 많다. 자유분방한 솜씨로 빚어 순수한 모습을 가졌던 이같은 토우들은 하지만 7~8세기 당의 복속기에 들어서면서 관복을 입고 관을 쓰고 손에는 패를 들고 있는 획일적인 토용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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