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 퇴출 '눈먼 경제논리'

입력 2000-11-04 12:03:00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퇴출기업 명단이 3일 발표됐다. 지역업체 중 유일하게 퇴출 대상에 포함된 업체는 삼성상용차.

지난달 12일부터 거론됐던 삼성상용차 퇴출을 둘러싸고 지역 경제계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으로는 단연 '경제논리'를 꼽을 수 있다.

삼성그룹뿐 아니라 일부 경제계 관계자들은 '제품을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회사는 경제논리에 따라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며 지역 정서를 앞세워 이를 막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상용차에 대한 취재를 할수록 이번 사안을 '경제논리'라는 잣대로 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먼저 경제논리는 자동차산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기간만도 십수년이 걸리는 기간산업이라는 특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삼성상용차는 출범한지 고작 5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다섯 살난 아기에 불과하다.

이런 업체에게 이익을 내라는 것은 아직 어른의 보살핌과 영양 공급이 필요한 아기에게 당장 돈을 벌어오라는 것과 같지 않을까.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회사 출범 당시 1조5천억원을 투자, 삼성상용차를 연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성서벌의 삼성상용차 공장은 아담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승용차회사 설립을 위한 발판으로 설립됐던 삼성상용차는 부산에 승용차 공장이 세워지자 헌신짝처럼 버려져 그저 '안죽을 정도'만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시키고 생산직원들을 영업직으로, 사무직원을 생산직으로 배치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자본집약적인 자동차산업에서 대규모 자본투자 없이 직원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회사 발전을 이루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같은 현실도 외면한 채 경제논리만을 고집했다. 연간 8조원의 이익을 내는 삼성그룹이 제2차 구조조정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계륵(鷄肋)같은 삼성상용차를 처리하기 위해 내민 기준이 '눈 먼 경제논리'처럼 느껴지는 것을 왜일까.

김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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