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은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시 '폭포' 일부)고 했다. 하지만 우리 문단에는 '곧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그 설 자리도 좁아지는 느낌이다. 평론은 많지만 비평의 정신은 사라져 버린 것일까. 쏟아져 나오는 문예지들도 매호마다 적지 않은 비평을 싣고 있지만, 그 잡지에 실린 작품이나 자사가 펴낸 작품집을 과대포장하기에만 바쁘다. 동원된 비평가들도 찬사를 늘어놓는 데 급급하다. 문단의 이 같은 '파벌 상업주의'보다 더 큰 문제는 '인맥에 의한 파벌주의'다. 문학적 이념이나 지향점을 같이하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문학의 발전과 새 지평을 여는 구심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학 권력'으로 군림할 경우 폐해가 적지 않고, 학연 등으로 얽혀 있는 파벌의식은 문단을 멍들게 하고 문학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우리 문단은 지금 그런 병폐에서 과연 자유로운가? 최근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새삼 일고 있는 가운데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서울대 교수)의 '한국 근대소설사 연구'에 대한 표절 비판이 발단이 된 '파벌주의' 논쟁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씨의 표절론을 주장했던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김씨의 제자 교수들로부터 압력을 받은 데 항의, 서울시립대 박사과정을 자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씨가 김씨의 글이 일본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글을 표절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김씨의 제자 교수들은 제도적으로 매장시키겠다고까지 압박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말'지에 실리고,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 게시판에 옮겨지면서 널리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도제제도의 황홀한 힘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을 것'이라는 등 파벌주의에 대한 비판을 쏟아부었다. 김씨의 제자 교수들이 이씨를 적대시하는 것은 김씨에게 배운 학문적 연고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심지어 이씨는 폴 리쾨르의 '금기를 건드린 자는 그 자신이 금기가 된다'는 말을 인용, 자신은 그 '금기'가 된 셈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우리 풍토에는 이 같이 진정한 비평이나 비판, 논쟁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전하고 건강한 비평 풍토와 파벌의 벽 깨기가 아쉬운 현실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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