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 퇴출 결정 사후 서비스 '나몰라라'

입력 2000-11-03 00:00:00

삼성그룹이 최근 삼성상용차 퇴출을 결정하면서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한 사후서비스(A/S)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아 삼성이 소비자를 무시한 채 퇴출을 결정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김명한 삼성상용차 사장이 "회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 청산이 확정적임을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일 삼성상용차에는 하루종일 생산제품인 '야무진 트럭'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A/S 대책을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올초 야무진 트럭을 구입한 한 자영업자는 "삼성상용차 퇴출 결정으로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며 "이렇게 소비자를 무시해서야 다른 삼성제품도 어떻게 믿고 살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야채소매상을 하는 또다른 상인은 "친척의 소개로 차를 사 아직까지 할부금도 다 못갚았는데 앞으로 고장이 나면 장사도 못하게 생겼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현재 협력업체로부터 부품 구입이 중단된 상태이며 퇴출돼 회사가 청산될 때에 대비한 A/S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A/S가 힘든 상황임을 밝혔다.

지난 98년 9월 첫 출시된 야무진의 국내 총 판매 대수는 4만여대. 이에 따라 '삼성'이라는 일류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트럭을 생산하는 상용차업체의 특성상 대부분 피해자들이 영세상인·소규모 자영업자들이어서 이들의 생계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상용차 직원들은 "한해 1조원 가량을 사회봉사 등에 쏟아부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쓰는 삼성그룹이 상용차 문제로 인한 유무형의 타격에 무관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삼성 무노조 신화 깨지나

퇴출위기에 몰린 삼성상용차(대표 김명한) 직원들이 2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에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상용차 노조가 설립필증을 받을 경우 거제조선소, 삼성투신 등 삼성이 인수한 업체를 제외하면 삼성계열 최초의 노조인 셈이다.

삼성상용차 노조(위원장 김영호)는 지난달 23일부터 최근까지 영업부문 직원 500여명의 노조가입 원서를 받았으며 생산직 근로자 등 전국의 직원들을 상대로 노조가입 원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인흠 삼성상용차 노조 기획부장은 "직원들이 회사퇴출을 막고 노동3권, 고용안정 등 생존권 보장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며 "조만간 노조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지난달 27일부터 전면 생산중단에 들어간 삼성상용차는 지난 96년 대구 성서공단에 문을 열었으며 직원은 생산직 800여명, 서울 본사와 전국 영업직 500여명 등 1천300여명에 이른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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