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할인점 홈플러스

입력 2000-11-03 00:00:00

지난 97년 9월 대구의 첫 외지 할인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던 홈플러스가 회사 이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점 당시 홈플러스는 삼성물산의 할인점으로 출발했다가 99년 5월 수천억원을 받고 할인점 사업부문을 영국의 테스코에 넘겼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분 81%를 테스코가 갖고 있고 삼성물산은 19%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불과하다. 홈플러스는 삼성 계열사가 아닌 영국 회사인 것이다.

그런데도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고객은 아직까지 삼성 소속의 할인점으로 오해 아닌 오해를 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을 정기적으로 초청, 팬사인회를 갖고 삼성카드와 제휴해 각종 할인행사를 벌여 고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홈플러스를 삼성 계열사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다 홈플러스는 대구라는 지역 특성 때문에 삼성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매출 신장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굳이 삼성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객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그룹이 삼성상용차 사업을 포기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자 대구의 상당수 시민.사회단체가 '삼성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소문이 번지면서 일이 꼬였다. 특히 홈플러스 부지는 지난 94년부터 할인점사업을 위해 삼성물산이 용도변경을 받는 대신 삼성그룹이 대형 공연장인 500억원짜리 오페라 하우스를 대구시에 지어준다는 비정상적인 '거래' 현장이었다. 지금은 홈플러스의 명성이 전국으로 알려졌을 뿐 오페라 하우스 건립 소식은 오간데 없는 형편이다.

이런데도 영국계 홈플러스가 전국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면 철저하게 삼성과 연관성을 갖는 지역에 점포를 집중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수원점은 삼성전자, 창원점은 삼성중공업, 서부산점과 김해점은 삼성자동차 등 삼성 이미지를 일정하게 이용하고 있다. 단일 지역으로 대구점에 이어 성서점, 칠곡점 등을 잇따라 준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

홈플러스 한 관계자는 "대구점을 처음 열었을 때 삼성의 본고장이라는 게 홈플러스 정착에 도움이 됐다"며 "지금 같아서는 영국회사도 삼성 계열사도 아닌 홈플러스 그 자체로 이미지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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